한국 축구가 현대적 의미의 월드컵 대회에 처음 출전한 것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대회부터다. 아르헨티나 같은 강팀에 맞서 매 경기 골을 넣으며 선전했지만 2무 1패로 예선 탈락했다. 이후 월드컵에서도 한국은 선전에도 불구하고 고배를 마시곤 했다. 가장 큰 이유는 수비 불안이었다. 공격력이 약해도 수비가 강하면 무승부가 가능하지만 수비가 약하면 무승부도 쉽지 않은 법이다. 이처럼 수비가 중요함에도 공격수가 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보니 수비수를 꿈꾸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의 관심도 상대적으로 적다.
공격과 수비를 금융산업에 비유해 보면 공격은 금융상품의 제조·운용으로, 수비는 금융상품의 판매로 볼 수 있다. 이를 최근 업계 최대의 화두인 헤지펀드에 적용해 볼 수 있을 듯하다. 현재 각 매체의 관심은 주로 헤지펀드 운용 금융기관의 자격, 관련 제도 및 규제사항,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에게 집중돼 있다. 강력한 축구팀을 완성하기 위해서 골을 넣을 수 있는 차별화된 개인기와 조직력을 갖춘 새로운 공격수에 대한 관심이 우선적으로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헤지펀드가 추구하는 전략은 시장상황과 변동성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는 절대수익 추구여서 매수 중심(long only)의 전통 운용 전략과는 매우 다르다. 현재 한국 상황에서 적용 가능성이 높으며 기존 전략과 유사한 것은 롱쇼트(long-short) 전략이다. 얼핏 기존 주식 운용 방식과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다르다. 전통적인 주식형 펀드에서 매도전략은 평가이익을 실현해 이익을 확정하거나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는 주식의 보유 규모를 줄여 기회비용을 축소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헤지펀드에서의 매도전략은 매도거래를 통해 신규 수익 획득을 위한 사전 포석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매도한 금융자산이 매도시점 이후 하락해야 하고 적정 수준까지 하락하면 환매수(short-cover)라는 매수 거래를 통해 수익을 확정해야 한다.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특정 주식의 가격상승 예측에 집중돼 있는 기존 리서치 역량에 특정 주식의 가격하락 예측 능력까지 추가돼야 한다.
이 밖에 헤지펀드는 보유 운용자산 간 상쇄효과로 주식시장의 상승기에는 일반 주식형 펀드의 성과보다 뒤처질 수 있고 개별 주식 특성이나 운용전략 차이 때문에 유사한 롱쇼트 전략이라 해도 결과가 상이할 수 있다. 여기에 파생상품까지 가미되면 한층 복잡해진다. 이러한 내용을 투자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설명하기 위해서는 종전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헤지펀드 관련 금융상품이 제조와 운용 못지않게 판매와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새로운 역량을 요구하게 되는 이유다.
현재 헤지펀드 관련 금융상품의 제조와 운용에 집중되어 있는 관심은 판매와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균형감 있게 다뤄져야 한다. 수비가 안정되면 공격력도 살아난다. 공격에는 슬럼프가 있지만 수비에는 슬럼프가 없다는 속설을 금융산업에서도 귀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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