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품 OK” 日지진이후 수출 탄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7일 03시 00분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일본에서 생수와 컵라면 등 한국산 식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최근에는 한글 상표를 그대로 붙인 한국산 생수를 일본 현지 소매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원래 일본은 생수 등 수입 음료수는 일본어 표시 라벨을 부착하도록 법에 규정해 놓았지만, 일본 정부가 품귀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식품 규제조치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16일 KOTRA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구호물자의 신고절차를 생략하고 과거 수입실적이 있는 제품은 추가 보고를 별도로 요구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지진 발생 초기에 비해서는 안정을 찾아가고 있지만 생수, 유제품, 맥주 등 식품 생산은 아직 큰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생수는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온 방사성 물질이 확산되면서 일본 전역에서 수요가 급증했다. 게다가 석유화학 제조설비의 가동이 멈춰 페트병 용기, 라벨에 사용하는 필름, 뚜껑 등의 자재 공급이 지체되는 바람에 생수 품귀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음료메이커별로 뚜껑 디자인과 사이즈가 다른 다품종 소량생산을 해온 것도 발목을 잡았다.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이마트는 일본의 대형마트 이온의 생수공급 요청을 받고 자체상표(PL) 상품 ‘샘이 깊은 물’(2L) 1만250병을 최근까지 납품했다. 국내 유통업체의 PL 상품이 일본에 수출된 첫 사례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온 측이 신세계 도쿄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납품을 요청했다”며 “청정지역인 한국에서 생산된 덕분에 보름 만에 납품물량의 90% 이상이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현재 2차 수출을 협상 중이다.

생수 ‘삼다수’ 제조업체인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지진 발생 전까지 일본 수출이 미미했지만 4월에만 200여 t을 일본에 수출했다. 4월 한국의 생수 수출액은 일본에서의 수입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0배 정도 늘어난 1236만 달러(약 134억 원)에 이르렀다. 일본 규슈지역 유통업체인 HI히로세의 다카시 나카자와 부사장은 “일본의 수돗물 오염으로 한국산 생수, 구강청정제 수입이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농심 라면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으로부터의 주문량이 2배 이상 늘어났다. 농심은 일본 주문물량이 크게 늘어나 부산에 있는 일본수출 전용공장을 한동안 24시간 가동하기도 했다.

물 오염에 대한 우려로 일본인들이 한국산 주류를 선호하면서 맥주와 막걸리 수출도 늘었다. 오비맥주는 비수기인 1분기(1∼3월) 수출물량이 지난해보다 82% 증가했다. 롯데주류가 최근 3개월간 일본에 수출한 캔 막걸리는 350mL짜리 2400만 개. 롯데주류 측은 “막걸리가 건강에 좋다는 소식까지 더해져 석 달 만에 연간 수출목표를 이미 40% 초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일본 유통업체 야마히로의 모리타 고이치 해외사업부 담당자는 “한국에서 상품을 조달하는 까닭은 품질이 좋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한국은 일본 시장에서 가격경쟁을 하기보다는 품질이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혁 KOTRA 일본사업처장은 “한국산 식품의 수출이 호조를 띠고 있는 것을 계기로 현지 소비자들에게 한국산 식품의 품질에 대한 믿음을 확고하게 심어주면 향후 고정 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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