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우리금융 민영화가 더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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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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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경제부 차장
이진 경제부 차장
개인이 채무불이행자, 예전 표현으론 신용불량자의 처지로 굴러떨어지는 전형적인 경로는 대체로 다음과 같다.

사업자금이 필요하건, 생계비가 절실하건 손쉽게 돈을 빌릴 곳을 찾는다. 보통은 현금지급기에서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를 이용한다. 빌린 현금에 어느 정도의 이자가 붙는지 당장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사업은 생각처럼 풀리지 않고 생활에 필요한 돈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이다. 신용카드를 여러 장 발급받아 ‘돌려막기’에 나선다. 어느덧 채권 추심업자에게 밤낮없이 닦달을 당하는 악성 채무자가 돼 막다른 골목으로 몰린다. 빚 독촉이 없는 피난처에 숨고 싶지만 그런 곳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실제로 신용카드 대란이 일어났던 2002∼2003년에 흔한 사례들이었다.

빚 무서운 줄 모르고 급전 빌려 쓰는 일이 일부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행태일까. 정부도 남의 돈 써놓고 갚기를 차일피일 미루기는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우리금융지주를 처리해온 과정을 살펴보자. 정부는 2001년 우리금융에 공적자금 12조8000억 원을 투입하면서 주인이 됐다. 공모 절차를 거치거나 주식의 장외 매각, 배당금 수령과 같은 방법으로 지난해 말까지 5조3000억 원을 회수했다. 이제 우리금융에 남은 공적자금은 7조5000억 원으로 줄었다. 정부는 지난해 7월과 올해 5월 연이어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나머지 공적자금도 곧 회수하겠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밝히는 이 셈법에는 뭔가 허전한 구석이 엿보인다. 공적자금을 원금만 놓고 계산했지, 10년간 불어난 이자는 ‘모르쇠’한 까닭이다. 애초 우리금융에 집어넣은 공적자금이 7조5000억 원, 연간 이자율이 6%라고 최소한으로 가정하자. 연간 4500억 원의 이자가 발생하니 10년을 모으면 이자 총액은 4조5000억 원에 이른다. 공적자금 규모를 최소로 줄여 단순 계산한 이자 합계액이 이 정도이니 그동안 회수한 5조3000억 원을 넘으리라는 추산도 어렵지 않다. 실제로 이자율이 6%를 넘을 때가 많았고 우리금융 공적자금을 2004∼2010년 네 차례에 걸쳐 회수해 이자가 발생하는 기초금액이 더 많았다. 이렇게 따지면 정부는 우리금융 공적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셈이다.

공적자금 투입의 대전제는 두말할 필요 없이 신속한 회수에 있다. 말이 좋아 공적자금이지 결국 국민이 내준 세금이므로 하루라도 빨리 갚아 국민 부담을 덜어야 한다. 공적자금 회수 규모를 확정할 때도 국영화한 금융회사 주식을 2002∼2004년 3년간 모두 처분한다는 가정을 세웠더랬다. 현실은 신속 매각의 당위론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 이자만 불어나고 있다. 정부는 우리금융 제값 받기와 조기 매각을 동시에 달성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방패막이 삼아 우리금융 매각의 호기를 여러 번 놓쳤다는 비판을 차단하느라 안간힘을 쓴다. 이는 우리금융을 계속 수중에 두는 편이 관료들에게 여러모로 이익이니까 매각에 열의를 내지 않는다는 비난만 불러올 뿐이다. 이제라도 서둘러 제값 받고 팔겠노라 외쳐봤자 채권자인 국민이 품게 된 ‘채무불이행 정부’ 낙인은 지워지지 않게 됐다. 그사이 우리금융 주가가 국내 금융지주 중 최하위로 밀려난 것은 국민을 대신해 시장이 매각 지연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물은 것일 수 있다.

이진 경제부 차장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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