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올해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끼면서 그리스발 악재로 휘청거리고 있는 국내 증시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급락했던 국내 상장기업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가 회복세를 보이다가 이달 들어 다시 고꾸라지기 시작한 것. 특히 글로벌 G2(미국과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로 국내 증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정보기술(IT) 기업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129곳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개별재무제표 기준)은 총 92조8649억 원으로 추정됐다. 5개월 만에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93조 원 밑으로 떨어졌으며, 전망치가 가장 높았던 2월 중순 94조2800억 원에 비해서는 1조4200억 원(1.42%) 감소했다.
특히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부진해 반도체, PC 등의 글로벌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IT 기업의 실적 전망치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IT 업종의 상장기업 18곳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올해 초 20조 원을 웃돌다가 현재 9% 가까이 급감한 18조5092억 원으로 내려앉았다. IT ‘대장주’인 삼성전자 또한 연초 4조2000억 원에 근접했던 2분기 영업이익(연결 기준) 추정치가 3조9000억 원대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1월 말 100만 원을 돌파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17일 연중 최저치인 81만9000원으로 내려앉았으며, 증권사들은 속속 IT 기업의 이익 추정치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소비 부진으로 수요 증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IT주의 반등이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
기업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끼면서 증시 조정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6월부터 미국 기업도 이익이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다”며 “아직 이익 추정치 하락폭이 미미한 수준으로 G2의 경제지표 부진이 모두 반영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선진국의 경제지표 부진이 반영되면 국내 실적 전망치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18일(현지 시간)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종전 3%에서 2%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최근의 주가 조정이 실적에 뒤늦게 반영된 것일 뿐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자동차와 동일본 대지진 이후 세계 제조업체의 수요가 몰리고 있는 화학업종 등 주도주의 실적 호조가 이어지고 있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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