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오너 일가의 소유였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121 ‘아카시아마을’은 21일 2차 경매가 진행됐지만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21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법 경매9계에서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산 121 일대의 판자촌 ‘아카시아마을’이 통째로 나와 2차 경매가 진행됐다. 면적 5만3554m²에 최저 경매가 132억8000여만 원. 감정가 166억여 원보다 30억 원 이상 싸졌지만 이날도 신청자가 없어 다음 달 재경매될 예정이다. 이 땅의 현재 주인은 김모 씨(67)로 하나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경매에 내몰렸다.
아카시아마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이 땅을 ‘두산 땅’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이 땅의 등기부등본을 보면 맨 처음 두산그룹 창업주인 고 박승직 회장과 그의 차남 고 박우병 회장이 등장한다. 두 사람은 1940년 이 땅에 대해 각각 50%의 소유권을 보유했다. 이후 고 박승직 회장의 몫은 고 박두병 두산그룹 초대회장을 거쳐 1966년 고 박용오 회장에게 상속됐다. 고 박우병 회장 소유의 땅은 그의 자손들에게 전해지면서 마을 전체가 두산그룹 일가의 땅으로 남았다.
그런데 상속 과정에서 땅이 52개 조각으로 쪼개지면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고 2004년부터 현재의 소유주인 김 씨가 땅을 차례로 매입하기 시작해 2007년 전체 터를 확보한 뒤 단독 소유주로 등록하면서 주인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은 “창업주 일가의 개인 재산으로, 그룹 차원에서 관리한 적은 없으며 땅을 팔게 된 경위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아카시아마을이라는 이름은 아까시나무가 무성해 붙여진 이름. 21일 방문한 현장은 황량하기 이를 데 없었다. 슬레이트를 덧댄 판잣집들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고, 나무들도 거의 쓰러지고 부러진 나무 밑동만 간간이 보였다.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두산그룹 일가의 소유지였지만 1960년대부터 무허가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해 현재는 122가구가 살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아카시아마을은) 무허가 건축물 관리 대장조차 없는 곳”이라고 소개한 뒤 “공원 녹지가 대부분이어서 다른 용도로 개발하기는 어렵고, 은행담보 대출용으로만 가치가 있는 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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