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국 5월 소매판매 지표가 전년 동기 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발표됐다. 예상치를 상회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었지만 절대 수치가 전년 동기보다 낮아 미국 경기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높은 상태다. 그러나 매크로 지표보다 먼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쪽이 기업들인데 이들 재무제표에서는 회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미국의 경기는 더블딥(경기 회복 후 재침체)보다는 소프트 패치를 거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상류층 경기는 견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고가품 소비 실적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최근 미국 중산층을 타깃으로 삼고 있는 의류업체 갭과 상류층을 대상으로 하는 고가 액세서리업체 티파니의 실적이 뚜렷하게 차별화되고 있다. 두 회사의 미국 내 매출을 비교해 보면 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약 3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2007년의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지만 티파니는 2011년 들어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2007년 매출 수준에 도달했다. 티파니의 2011년 미국지역 순이익 증가율은 55%에 이른다. 원자재로 사용되는 금은의 가격이 사상 초유의 강세를 보여 원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도 높은 이익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상류층 수요가 높다는 점을 확인 할 수 있다.
관건은 중산층의 경기회복으로 이는 고용이 늘고 임금소득이 증가할 때 가능해진다. 현재 미국의 고용은 매우 느린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 긍정적으로 볼 부분은 기업의 설비투자가 시작됐다는 점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업황 난조를 보였던 기계업종은 2009년 4%대로 낮아졌던 매출액 대비 투자비중이 현재는 5.9%까지 회복됐다. 기계는 모든 제조업에서 골고루 사용되기 때문에 기계업종의 업황이 제조업 경기보다 선행한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투자가 증가하고 있음은 HP와 델의 실적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두 회사 모두 개인 소비 비중이 높은 PC사업은 상반기 내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기업용으로 판매하는 서버와 네트워크 관련 서비스 사업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델은 기업용 서버 사업 호조에 따라 2011년 1월 결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3.9%나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면 기업은 고용과 투자를 줄이지만 경기가 회복될 때 가장 먼저 자금을 사용하는 쪽이 정보기술(IT) 투자다. IT 투자로 생산성을 극대화한 뒤 경기회복이 본격화될 때 순차적으로 고용을 늘리게 된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IT 투자 이후 순차적으로 고용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된다.
기업 대출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미국 상업은행의 대출 추이를 보면 부동산 관련 대출은 여전히 하락세지만 기업 대출은 증가하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됐던 미국 기업의 투자 모멘텀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시차를 두고 고용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결국 미국의 경기회복은 느리지만 여전히 진행형임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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