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역의 대형 아파트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와 양천구, 경기 분당신도시 등 2000년대 중반 투자수요가 집중적으로 유입된 인기 지역의 대형 아파트 매물은 시세보다 1억 원 이상 낮게 내놔야 실제 거래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서울과 수도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가 지난해 12월 31일과 올해 6월 17일을 기준으로 수도권의 전용면적 85㎡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 시세를 비교한 결과 서울은 -0.20%, 수도권은 -0.25%, 신도시는 -0.17%로 모두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다. 반면 전용 60㎡ 이하 아파트의 경우 서울은 1.48%, 신도시는 1.67%의 상승폭을 나타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H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전용 125.4㎡ 플레티늄아파트 시세가 13억 원인데 급매물로 11억 원에 내놔도 손님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전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V공인중개사 대표는 "현대하이페리온 전용 155.58㎡ 시가가 15억5000만 원이지만 실제 거래는 1억 원을 깎은 14억5000만 원 수준에서야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아파트 분양에 나선 건설사들도 중도금 무이자 대출, 발코니 무상확장, 이사비 지원 등의 파격 조건을 내걸고 미분양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는 "주택 경기가 좋았던 시절, 소비자들은 대형 아파트를 사면 무조건 오른다는 생각에 과감히 구매를 했지만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인 요즘은 점점 대형 아파트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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