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할 승률의 비결이요? 다른 광고기획자처럼 A안과 B안을 준비해 간 후 광고주에게 둘 중 하나를 고르게 하지 않았습니다. 2개의 안을 준비했다는 건 우선순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자기가 만든 광고에 자신감도 없다는 의미니까요.” 광고주가 여러 광고기획안을 심사하는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은 흔히 총성 없는 전쟁터로 불린다. 특히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가 아닌 독립 광고대행사들은 경쟁 PT에서 30%대 승률만 기록해도 좋은 평가를 얻는다. 이런 상황에서 60%의 승률을 기록한 독립 광고대행사의 ‘광고쟁이’가 있다. 김성철 idea company prog 대표(전 TBWA코리아 상무)다. 그는 2002년부터 올 5월까지 총 72회의 경쟁 PT를 진행했고, 42번 승리했다. 》
베테랑 광고인 김성철 idea company prog 대표는 “파워 브랜드를 만들려면 선한 기업이 되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소비자들이 매력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스토리를 개발해야 기업 브랜드가 사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idea company prog 제공
현대카드 시리즈(현대카드 M 론칭, 생각해봐), SK텔레콤의 ‘현대생활백서’, 대림 e편한세상의 ‘진심이 짓는다’ 등을 제작한 김 대표는 최근 9년간 일했던 TBWA코리아를 떠나 idea company prog라는 광고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명확한 기준을 만든 후 소비자에게 그 기준에 따라 우리 회사와 나머지 모든 회사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해야 경쟁자를 물리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DBR 84호(2011년 7월 1일자)에 실린 그와의 인터뷰를 요약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PT는….
“2007년 12월 현대카드 경쟁 PT가 열렸다. 당시 현대카드는 업계 4위였다. 업계에서 ‘마의 점유율’로 불리는 13%의 벽을 돌파하는 게 과제였다. 임원들 앞에서 6가지 점유율 향상 전략을 담은 광고안을 설명했다. 반응이 괜찮았다.
그때 내가 폭탄을 던졌다. ‘이렇게 안전하고 보수적인 전략을 쓰시면 안 됩니다. 진짜 시안은 이겁니다.’ 회의장이 술렁였다. 황당해하는 임원들 앞에서 11가지의 전략을 담은 진짜 기획안을 발표했다. 그 광고의 메인 카피가 ‘생각해봐’다. 광고 중간에 금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초원에서 뛰노는 치타, 빨랫줄에 걸린 여자 속옷 등의 영상을 삽입한 게 특징이었다.
아이디어는 ‘무릎팍 도사’라는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얻었다. 출연자가 그날 주제와 별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하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산이 자막과 함께 등장한다. 신기하게도 그 장면을 보고 나면 출연자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하는 나를 발견하고 이를 사용했다.
사실 회사에서는 반대가 심했다. 1시간짜리 프로그램에선 완급 조절도 필요하지만 30초 광고에서 중간까지 잘라먹고 우리가 하고 싶은 얘기를 어떻게 하느냐는 이유였다. 내 생각은 달랐다. 시청자의 인내심은 크지 않다. 30초라도 카드회사 얘기만 늘어놓으면 누가 우리의 메시지에 집중하겠나. 광고의 흐름을 의도적으로 끊어 시청자의 관심을 집중시킨 후, 그때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해야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생각했다.
발표가 끝나니 임원들이 무엇에 홀린 듯 멍하니 앉아 있더라. 내 생각이 맞았다는 걸 직감했다. 수주에 성공했고, 결과도 좋았다. 유명 모델을 쓰지 않았기에 제작비도 적게 들었다.”
―패배한 PT 중 기억에 남는 사례는….
“한 정유업체의 PT 전날 밤 갑자기 배가 아팠다. 요로결석이었다. 고통이 극심했지만 몇 시간 후면 PT가 시작되니 어떻게든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의료용 모르핀을 맞고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로 PT를 진행했다. 그 광고를 수주하긴 했지만 실패 사례라고 생각한다. 진단을 받은 직후 바로 그 일을 회사에 보고하고, 다른 사람들이 대안을 마련하도록 했어야 했다. 동료를 믿지 못했고 나 자신의 능력을 과신했다.
이기든 지든 PT를 한 번 하면 그 결과물을 상세히 적어 놓는다. 스스로 평가하는 이긴 이유와 진 이유를 집중 탐구해 일종의 논문을 만든다. 리더에게 통찰(insight)만큼 중요한 건 예측 능력(foresight)이다. 예측 능력은 미래 상황을 미리 알아내는 능력이 아니라 어떤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거나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을 때 적절하게 대응하는 능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모든 PT에서 승리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의 실수 때문에 다른 PT에서 또 떨어지는 일을 방지할 수는 있다. 자료의 축적과 많은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이유다.”
―업계 1위보다 도전자의 위치에 선 브랜드의 광고를 많이 맡았다.
“많은 이들이 1위에 목을 맨다. 하지만 1위는 좀처럼 시장의 규칙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도전자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전략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 1위에 대응하려면 우리 회사를 기준으로 한 새로운 시장 규칙을 만들어 나와 다른 업체의 대립각을 형성해야 한다. 규칙이 옳으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2003년 처음 현대카드를 맡았을 때 현대카드는 업계 7위였다. 그 전에 현대카드를 맡았던 회사는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유명한 광고를 남겼다. 카피는 유명했지만 매출액이나 점유율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당시 카드시장의 규칙을 따라가려고만 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늘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버릇이 있다. 하지만 소비자 스스로 그 기준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제시해줘야 소비자가 둘 중 하나를 고른다. 우리가 제시한 규칙은 ‘똑똑한 카드’였다. ‘이 카드는 똑똑한 카드, 나머지 카드들은 다 안 똑똑한 카드. 그러니 이 카드를 안 쓰면 바보’라는 인상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
이처럼 명확한 기준점을 만들어낸 후, 소비자에게 그 기준에 따라 우리 업체와 나머지 모든 업체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해야 경쟁자들을 물리칠 수 있다. 나만의 규칙을 강조할수록 브랜드 파워가 커진다.”
―한국에는 왜 팬들이 열광하는 파워 브랜드를 찾기 어려울까.
“파워 브랜드는 공급자가 아니라 소비자가 만든다. 고객의 자발성을 자극해야 한다. 소비자 커뮤니티를 만들 때도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한 후 그에 맞게 공간을 구성해야 한다. ‘이런 거 만들었으니 여기로 모이세요’라는 태도는 금물이다.
브랜드 슬로건도 직관적이고 쉬워야 한다. ‘평생의 동반자’류의 슬로건을 보면 숨이 막힌다. 1분 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누가 평생을 함께할 수 있겠나. 디젤 청바지의 ‘Be stupid(바보가 되자)’를 보자. 바보처럼 자유롭고 창의성이 넘치는 사람이 입는 청바지라는 뜻이 한눈에 들어온다. 궁극적으로는 슬로건이 없어도 소비자로 하여금 해당 브랜드의 정체성과 이미지를 인식하도록 만들 줄 아는 브랜드가 파워 브랜드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4호(2011년
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개인 구독 문의 02-721-7800, 단체 구독 문의 02-2020-0685
M&A ‘승자의 저주’ 피하려면…
▼ Special Report01
인수합병(M&A)을 통해 전보다 성장하는 기업도 있지만 피인수 기업의 본질 가치 이상으로 비싼 가격을 지불해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기업도 많다. 맥킨지 조사 결과, 세계 M&A의 60%가 인수가격이 너무 높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 가치평가에 관한 수많은 방법론이 개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왜 이런 일이 아직까지 벌어질까. 이는 기업들이 피인수 기업의 사업 및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맥킨지의 베테랑 컨설턴트가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한 구체적 대안을 제시했다. 비교 대상 기업 선정이나 할인율 산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안들도 참고할 만하다.
‘뉴미디어 스나이퍼’ 조심하라
▼ Harvard Business Review
기업들은 좋은 평판을 유지하려고 한다. 하지만 최근 특정 기업에 반감을 가진 소규모 세력의 공격에 치명적 타격을 입는 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은 불만 고객일 수도 있고, 회사에 만족하지 못한 직원일 수도 있다. 실제 개인이 트위터에 올린 짧은 글 하나로 대기업이 심각한 위기에 빠지기도 한다. 이른바 ‘뉴미디어 스나이퍼’들이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명성관리 전략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기업의 명성을 땅에 떨어뜨리는 저격수의 급작스러운 공격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들을 소개했다. 뉴미디어 스나이퍼들의 실제 활동을 보여주는 다양한 사례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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