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12개 증권사의 전현직 사장을 기소하면서 증권가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증권사 대표 10명 이상이 한꺼번에 기소된 것은 국내에서 주식 거래가 이뤄진 193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벌금형만 선고받아도 해당 증권사 대표들이 무더기로 불명예 퇴진하는 사태가 생길 수 있어 각 증권사 법무팀들은 비상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금융기관 임직원 처벌을 규정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24조 3호’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거나 자본시장법,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금융 관련 법령 또는 외국 금융 관련 법령을 위반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현직을 상실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해당 증권사들은 초단타매매자(스캘퍼)들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불법적으로 도입한 ELW 전용선이 외국에서는 이미 합법적으로 사용되는 점 등을 들어 무죄 판결을 받아내겠다는 방침입니다. 검찰 수사 이후 금융감독 당국이 내놓은 ‘ELW 건전화 방안’에 전용선 제공과 주문시스템 탑재 등 편의 제공 항목이 포함된 점에도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정부가 전용선을 허용한 만큼 큰 틀에선 ELW 거래 관행이 법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판단입니다.
1심과 항소심이 유죄를 선고할 경우엔 대법원까지 상소 절차를 밟을 계획입니다. 확정판결까지 통상 1, 2년이 걸려 그 기간에 대부분 사장의 임기가 끝나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소된 12명 중 유진투자증권을 제외한 11명의 사장이 현직입니다. 한맥투자증권 사장은 올해 9월, 대신증권 대우증권 신한금융투자 LIG투자증권 우리투자증권 KTB투자증권 사장은 2012년에 임기가 끝납니다. 현대증권 HMC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사장은 2013년까지이며 삼성증권 사장은 2014년까지입니다.
현재 법원 판결에 대한 전망은 업계 내에서도 엇갈립니다. 검찰 수사가 스캘퍼와 증권사의 부당거래에 초점을 맞춘 만큼 경영자 개인이 무더기로 해임되는 사태는 없을 것이란 낙관론이 있는 반면 검찰이 스캘퍼뿐 아니라 12개 증권사 전현직 대표를 모두 기소하는 초강수를 둔만큼 안심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스캘퍼들과의 유착관계로 얻은 부당이익으로 초유의 위기에 내몰린 증권사 대표들의 퇴진 여부는 앞으로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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