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가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문제다란 이야기가 자주 나오던데요. 기대 인플레이션이란 게 무엇이고 왜 중요한 것인가요? 》
네. 최근 우리 경제의 최대 고민은 물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취임사에서 ‘물가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임기 중 중점 추진과제 4가지 중 맨 앞에 뒀습니다. 직접 주관한 물가 관계 장관회의에서도 “물가 안정에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박 장관은 물가 상승이 가공식품과 서비스요금 등으로 전환되면서 물가 불안이 당분간은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대 인플레이션’이 문제라고 지적했는데요.
경제 주체들이 품고 있는 물가에 대한 전망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또는 ‘기대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기대 인플레이션 측정은 설문 조사를 통해 이뤄집니다. 매월 일주일 동안 한국은행이 전국 56개 도시 22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입니다. 조사방식은 간단합니다. 조사 대상자에게 직전 달까지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을 알려준 뒤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을 구간별로 나눠 응답자가 생각하는 구간에 표기하도록 합니다. ―0.5∼8%의 0.5%포인트 범위로 구간이 제시되지요. 그 다음 구간별 중앙값을 응답자 수로 가중 평균한 값이 기대 인플레이션율입니다.
최근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고공행진을 벌여왔는데요. 지금도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은은 6월 소비자의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연평균 3.9%라고 24일 밝혔습니다. 이는 전월과 동일한 높은 수준입니다. 4월 4.0%는 22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은이 설정한 물가안정 목표치의 최고점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연 4.0%. 소비자들이 향후 1년간 물가상승률로 3.9%를 예측했다는 것은 그만큼 물가 불안심리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이달 들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높였는데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기대 인플레이션은 여타 경제 변수들에 밀접한 영향을 끼칩니다. 예를 들어 물가가 오르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커지면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이에 기대어 원가 부담이 커진 것보다 물건 값을 더 올리는 현상이 나타나게 되지요. 이렇게 되면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의 실제 영향보다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올라 서민들의 생활을 압박하게 됩니다. 기업들로서도 기대 인플레이션이 치솟으면 제대로 된 경영계획을 수립하기가 어렵게 되죠. 따라서 경제 정책을 수립하는 정부나 경제를 전망하고 분석하는 연구기관들은 기대 인플레이션을 매우 중요한 변수로 여기고 현재 정부 당국도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물론 설문 조사를 통해 추정한 한국은행의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지나치게 응답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돼 있는 탓에 신뢰도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발표되기 때문에 시의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전문가들은 다른 지표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참고하기도 하지요. 대표적인 게 명목 국채와 물가연동채권(TIPS) 간의 금리 차입니다. 물가연동채권은 투자 원금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뒤 그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는 채권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더라도 채권의 실질가치를 보전해준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으로 꼽힙니다. 따라서 물가상승분을 보전해주지 않는 일반 국채보다는 대체로 금리가 낮은 편인데요. 10년 만기 국채수익률과 10년 만기 물가연동채의 수익률 차가 2%라면 이는 채권시장에서 향후 10년간 물가가 2%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지요. 따라서 국채와 물가연동채 금리 간의 차이가 커질수록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지표에도 한계는 있습니다. 물가연동채 금리 또한 일반 채권과 마찬가지로 수급이나 유동성 상황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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