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최악의 글로벌 경기침체를 불러왔다. 최근 정부의 재정 긴축안에 항의하는 그리스 국민들의 시위를 보면 그리스가 구제금융 고통을 감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제2의 리먼 사태를 재연할 채무불이행(디폴트) 국면에 빠질지 궁금하다.
실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엄격한 재정건전화 프로그램으로 공공재정을 회복하고 장기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구제금융이다. 물론 구제금융에 들어가면 유럽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할 수 있고 그리스는 단기적으로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 감소하고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엄청난 비용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 유럽 정책입안자들이 이런 리스크를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제2의 리먼 사태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그리스 디폴트가 실현되더라도 유럽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는 유로존 GDP 내 비중이 2.5%에 불과하며 대(對)유로존 수입 비중도 유로존 GDP의 0.4% 수준이다. 만약 그리스 국채에 대해 50% 채무할인이 이뤄지면 이론적으로 약 1400억 유로가 탕감된다(지금은 36% 할인으로 그리스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을 100%로 끌어내릴 수 있는 수준임). 이는 유럽 자산시장의 하루 유동성 수준에 그칠 뿐이다.
문제는 유로존 GDP의 11.6%를 차지하는 스페인이나 16.8%를 차지하는 이탈리아로 위기가 파급되는 것이다. 그리스보다 규모가 훨씬 큰 이들 시장이 패닉에 빠지면 유럽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 먼저 패닉에 빠진 채권투자자들이 유럽 주변국 국채를 더는 사지 않으면서 연쇄적으로 ‘소버린 디폴트(국가부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또 비교적 규모가 작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 이외에 다른 국가까지 휘청거리면서 은행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
유럽이사회는 그리스 의회가 중기재정계획안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구제금융에 합의했다. 그리스 구제금융은 2014년까지 국채상환에 필요한 자금을 투입하는 3개년 계획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적 대출뿐만 아니라 민간 채권단의 자발적인 국채 차환 등도 포함된다.
유럽 이사회의 개선안이 현실화하면 그리스 위기에 따른 우려가 크게 완화되면서 유럽 증시에 힘이 실릴 것이다. 장기적으로 그리스 위기 해결은 유로존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물론 미국의 채무한도 이슈나 중국의 물가상승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채무한도 증액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고 중국의 물가상승도 고점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시는 하락보다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변동성을 이어갈 것이다. 투자자들의 용기가 다시 시험대에 오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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