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SK텔레콤이 마련한 4세대(4G) 통신서비스 롱텀에볼루션(LTE) 상용화 발표회장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에 가수 아이유가 나타났다. 아이유와 영상통화를 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아이유의 입술과 코가 반짝거릴 정도로 품질이 뛰어나다”고 감탄했다. 김충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얼마나 서비스가 뛰어난지 확인해보자. 노래를 들려 달라”고 요구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 위한 소리…” 아이유가 자신의 노래 ‘잔소리’를 부르기 시작했다. 극장에서 공연을 보는 느낌이었다. 》
5년 전인 2006년, SK텔레콤과 KT는 “본격적인 화상통화 시대가 열렸다”며 3세대(3G) 통신서비스를 개선한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서비스를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하지만 KT의 ‘쇼’, SK텔레콤의 ‘티(T)’ 등의 화상통화를 앞세운 통신서비스는 입 모양과 음성이 따로 노는 데다 화질도 떨어졌고 값도 비쌌다. 화상통화 서비스가 금세 시들해졌던 이유다.
이날 선보인 LTE는 달랐다. 3G가 브라운관 컬러TV 수준이라면 4G는 고화질(HD) 벽걸이 TV 같았다. 둘 다 컬러 영상을 보여주지만 HD 벽걸이TV를 써본 소비자가 다시 예전의 배불뚝이 TV를 살 리는 없다.
같은 시간 LG유플러스는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LTE 상용서비스 시작을 알리는 간담회를 열었다. 서울과 광주, 부산 등 멀리 떨어진 세 도시를 LTE 화상통화로 연결하는 시연이 이 행사의 하이라이트였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LTE란 곧 영상이라고 보면 된다”며 “목소리만 듣는 통신이 아니라 목소리를 들으며 자료를 함께 넘겨보고, 상대방의 얼굴을 확인하고, 여러 사람과 영상회의를 하는 ‘영상의 삶’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가 이날 선보인 LTE 화상회의 기능을 이용하면 사무실에 앉아있는 직원, KTX를 타고 지방출장을 가는 직원, 외근 중인 직원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컴퓨터를 이용해 언제 어디서든 화상회의를 할 수 있다. 회의 중 자료를 보여줘야 할 때면 문서파일을 열어 상대방에게 밑줄을 그어가며 설명하는 것도 가능하다.
1일부터 시작되는 LTE 서비스는 사실상 ‘반쪽’ 서비스다. 아직 LTE를 지원하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판매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LTE 신호를 와이파이(Wi-Fi) 신호로 바꿔주는 LTE 중계기와 USB 형태로 노트북에 꽂아 LTE 통신을 쓸 수 있는 모뎀이 판매된다. SK텔레콤은 1일부터 가입할 수 있는 LTE 모뎀의 요금제로 월 3만5000원에 5GB(기가바이트), 월 4만9000원에 9GB의 데이터를 쓸 수 있는 두 종류를 내놓았다. LG유플러스는 더 싼 요금제를 선보였다. 월 3만 원에 5GB, 5만 원에 10GB를 준다. 스마트폰 요금제는 8월 말쯤 공개할 예정이다.
제대로 LTE를 즐길 수 있는 기기는 9월은 돼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9월 중 삼성전자의 ‘갤럭시S2’를 LTE용으로 개선한 제품과 HTC의 LTE 스마트폰 등을 판매할 계획이다. 태블릿PC도 연말까지 두 종류를 내놓는다.
두 회사의 신경전도 관심을 모았다.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기자간담회를 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자 LTE 시장에선 1위가 될 거라고 장담했다. 서진우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의 LTE는 3세대 통신서비스와 연동이 가능한 가장 최적화된 4세대 서비스”라며 “LTE 시대에도 앞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그동안은 출발선이 다른 상태에서 경쟁해 우리가 3등이었지만 이제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니 우리가 1등 못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 롱텀에볼루션(LTE) ::
3세대(3G) 이동통신을 ‘장기적으로 진화’시킨 기술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인 통신 서비스. LTE는 데이터 전송속도가 3G보다 5∼7배 빨라 800MB(메가바이트) 영화 한 편을 내려받는 데 약 85초밖에 안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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