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스페셜]21세기형 스태프, 핵심사업까지 다 바꿔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DBR 그래픽
DBR 그래픽
《 19세기 후반 현대적 기업이 등장한 이후 경영학계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논란이 있다. 바로 참모 역할을 담당하는 스태프(staff) 조직과 실전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일선 라인(line) 조직의 역할 분담 문제다. 교과서적 구분에 따르면 스태프 조직은 전문 지식, 기술, 역량 등을 기반으로 라인 조직에 전문적 조언을 한다. 라인 조직은 핵심 과업 수행과 관련된 의사결정 및 실행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 》
F W 테일러
F W 테일러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닌 한국 기업에서는 그동안 전략 기획, 인사, 관리, 감사, 평가, 진단, 연구소 등 스태프 인력이 증가했다. 비대해진 스태프 조직이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신속하게 적응하려는 라인 조직의 발목을 잡는다는 지적이 나오자 최근에는 스태프 조직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스태프 조직의 역할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4호(7월 1일자)에 실린 ‘관료주의는 가라! 21세기형 스태프는 혁신 브레인’이란 제목의 기사 내용을 요약한다.

○ 비대화, 관료화된 스태프 조직의 한계


기업에서 스태프 조직을 도입한 시기는 20세기 초다. 산업사회 탄생의 아버지로 불리는 F W 테일러는 현대 기업에서 스태프의 역할을 대부분 규정했다. 철강 공장의 고급 엔지니어였던 테일러는 개별 노동자나 공장마다 같은 일을 하는 방식이나 도구가 천차만별이며, 생산성의 편차도 매우 크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테일러는 같은 공정, 도구, 기계설비를 이용하는 다양한 방법을 반복적으로 시도한 뒤 그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최고의 생산성 향상 방안을 찾았다. 테일러는 이 연구를 통해 과업마다 최적의 수행방식, 도구, 공정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유일한 최고의 방법’이라고 불렀다.

테일러의 과학적 경영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경영진의 업무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이 늘어난 것이다. 테일러 이전의 경영진은 단순히 근로자들에게 업무를 배당하고 수행 과정만 감독했다.

하지만 이제 경영진의 업무는 시간과 동작 연구의 수행, 이를 통한 베스트 프랙티스의 발견과 실행, 이를 위해 필요한 과학적 교육 훈련, 적절한 적성을 가진 인력 선발 등으로 급격히 확대됐다.

스태프 조직의 급속한 역할 확대는 부작용을 양산했다. 전통적으로 라인 경영자의 역할이었던 업무의 상당 부분이 스태프의 영역으로 편입된 게 문제였다. 그 결과 스태프와 라인 조직 간 심각한 갈등이 발생했다. 스태프 조직의 비대화 및 관료화는 더 큰 문제였다. 라인 조직의 의사결정을 조언하고 재평가한다는 명목으로 스태프 조직이 라인의 주요 업무를 일일이 검토, 간섭하기 시작했다. 현장 라인이 신속히 결정해야 할 긴급 사안도 스태프 조직이 한 번 더 검토하다 보니 기업의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졌다.

또 스태프 조직이 위험관리를 담당한다는 명목 아래 위험을 회피하면서 조직의 혁신 역량도 타격을 받았다. 결국 1970년대부터 스태프가 조직의 가치 창출에 기여하기는커녕 현장 라인 조직의 발목을 잡는 간섭자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 창조 혁신과 21세기형 스태프


21세기 경영 환경에서는 새로운 경쟁 우위를 남보다 계속 먼저 만들어내야 살아남는다. 스태프의 역할 역시 이에 부합해야 한다. 그렇다면 21세기형 스태프의 역할은 무엇일까.

첫째, 상시 스캐닝이다. 초경쟁 환경에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기회나 위기가 갑자기 발생한다. 현장을 책임지는 라인 조직이 급변하는 외부 환경 변화를 제대로 탐지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스태프 조직이 상시 스캐닝을 통해 위기나 기회의 가능성을 조기에 탐지하고 전체 조직과 공유해 적기에 대응해야 한다. 이때 스태프가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재 성과에 일희일비하는 근시안적 시각이다. 스태프 조직은 성과의 과거-현재-미래 사이의 동태적 인과관계를 볼 줄 알아야 한다.

둘째, 조직의 기존 강점과 핵심 역량에서 탈피할 줄 알아야 한다. 만일 위기의 조짐이 보이면 스태프는 그 위기를 낳은 근본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흔히 위기를 맞으면 자신의 강점에 집중하라는 말을 한다. 이는 전형적인 라인 조직의 사고와 행동 패턴이다. 조직의 현재 강점과 역량은 현업에 종사하는 현장 라인들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1세기 경영 환경에서 발생하는 위기는 조직의 현재 강점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기존 핵심 역량이 오히려 혁신과 문제 해결의 걸림돌일 때가 많다. 이때 스태프는 현재 강점에 함몰되지 말고 핵심 역량 자체의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현장보다 한 단계 위에서 한 걸음 멀리 보는 것은 스태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셋째, 양손잡이 사고로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현재 사업의 경쟁 우위를 꾸준히 확보하고, 상시 창조적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양손잡이형 경영이 반드시 필요하다. 애플이 대표적 예다. 물론 같은 사람이 전혀 다른 이 두 가지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분업이 필요하다. 당연히 라인 조직이 현재 사업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일을, 스태프 조직이 상시 창조적 혁신을 담당하는 게 바람직하다.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dshin@yonsei.ac.kr@@@
정리=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4호(2011년 7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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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도 높이는 고객관리 노하우

▼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


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브렌다는 인터넷을 통해 식료품을 판매하는 피팟(Peapod)의 열성 고객이다. 브렌다가 열흘 남짓한 간격으로 온라인상에서 식료품을 주문하면 남편이 인근 가게에서 받아오기만 하면 됐다. 브렌다는 서비스 이용 두 달 만에 피팟에 ‘중독’돼 다른 매장에서는 식료품을 구매하지 않게 됐다. 하지만 몇 달 뒤 날벼락이 떨어졌다. 피팟이 사전 공지도 없이 식료품 배송 정책을 변경해 브렌다가 식료품을 받으려면 집에서 차로 30분이나 떨어진 곳까지 가야 했기 때문이다. 브렌다가 엄청난 배신감과 분노를 느낀 것은 물론이다. 제2의 브렌다를 막으려면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구체적인 방법론과 통찰을 제시한다.

애매모호함이 창의력 기른다

▼ 마인드 매니지먼트


유럽인들에게 소(cow)는 고기와 우유, 가죽을 갖게 해 주는 존재다. 하지만 인도인들에게 소는 숭배의 대상이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선물(present)은 좋은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어떤 문화권에서 선물은 뇌물과 비슷한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흔히 명료한 소통을 위해 객관적인 사실과 데이터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좀 더 생산적이 되기 위해서는 대상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규정해야 한다고도 말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사람이 어떤 대상에 대해 ‘똑같은’ 개념을 갖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위에 예로 든 소와 선물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명확한 개념 정의가 자칫 우리의 생각을 얽어맬 수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창조성이 강조되는 시대에는 명료함보다 애매모호함이 더 큰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애매모호함의 가치를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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