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거액배당 챙기기, 외환銀 앞날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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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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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최대주주인 론스타가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거액의 중간배당을 챙겨가면서 외환은행의 미래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쟁력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론스타가 배당으로 이익을 빼가면서 외환은행의 기업가치가 곤두박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론스타가 ‘먹튀’ 행보로 사모펀드(PEF)에 대한 반감이 커져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 외환은행 경쟁력 악화 불 보는 듯


1일 외환은행 이사회가 의결한 주당 1510원의 중간배당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실시한 배당 중 가장 큰 금액으로 지난해 연간 배당액인 주당 1085원보다도 50%가량 많다. 향후 은행 발전이나 투자를 위한 유보 대신 배당으로 이익을 고스란히 빼먹기로 결정한 것이다. 론스타의 2006년 이후 평균 배당성향(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중)은 45.35%로 같은 기간 시중은행들의 3배에 이른다. 외환은행은 하반기를 목표로 하이닉스 매각을 추진 중인데, 매각이 성사되면 유입되는 특별이익 수천억 원도 론스타가 중간배당으로 빼갈 가능성이 크다. 일반적으로 상장회사는 순이익 중 일부를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나눠주고 남는 돈은 사내유보금으로 쌓는다. 거액의 배당으로 외환은행의 유보금이 줄면 그만큼 투자기회도 줄어든다.

론스타 인수 이후 외환은행의 경쟁력이 약화된 사실은 통계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총자산 기준 시장점유율은 론스타의 인수 전인 2003년 말 8.7%에서 작년 말 8.3%로 떨어졌고, 최대 강점인 외화대출 부문은 같은 기간 21.2%에서 17.6%로 감소했다. 외환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1986억 원으로 작년 4분기에 비해 32.7% 감소하는 등 실적 감소세도 뚜렷하다.

계속되는 강성 노조의 투쟁도 외환은행의 앞길을 막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해 11월 이후 조합원들에게 지속적으로 투쟁지침을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침에 따르면 노조는 3월 사이버투쟁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사이버 지킴이’ 105명을 선정했다. 이들의 임무는 근무시간의 50% 이상을 떼어내 트위터를 통해 일반 시민들과 교류하면서 하나금융 인수의 부당성을 널리 알리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900명의 대원을 모집해 노조가 지정한 트윗글이나 인터넷 포털 게시판의 글에 대한 추천 메뉴 누르기 및 댓글 달기 임무를 수행하게 하고 미션 수행 여부를 정기적으로 점검했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근무시간을 쪼개 댓글을 달거나 트위터에 글을 올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 “사모펀드는 장기적 은행운영과 거리”


론스타의 거칠 것 없는 이익 챙기기와 외환은행의 침몰은 우리금융 인수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가 내심 기대했던 금융지주사들은 모두 불참한 가운데 티스톤, MBK파트너스, 보고펀드 등 국내 사모펀드 세 곳만 참여한 상태다. 그러나 론스타의 ‘먹튀’ 행보 이후 사모펀드에 우리금융을 넘기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더 커졌다. 사모펀드는 대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 분류되고 투자목적 역시 기업의 장기적 성장보다는 단기적 이익실현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아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 중 하나인 ‘금융산업 발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시각이다. 홍익대 경제학과 전성인 교수는 “사모펀드는 태생적으로 단기차익 실현을 주목적으로 할 수밖에 없어 장기적인 안목으로 끌어가야 하는 은행 운영에는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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