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자동차나 스마트폰 등 하이테크 제품의 필수 소재인 희토류가 태평양 해저에 대량 묻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육지 매장량의 800배에 이르는 데다 양질이어서 개발가치도 충분하다. 다만 공해(公海) 자원은 소유권이 불분명해 어떻게 개발할지가 관건이다.
4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은 도쿄대 연구팀이 하와이와 프랑스령 타히티 부근 해저에 희토류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수심 3500∼6000m에 두께 2∼70m 진흙층 속에 섞여 있으며 추정 매장량이 900억 t에 이른다. 이는 육지에 매장된 희토류(1억1000만 t)의 약 800배에 해당하는 규모. 해저에서 개발 가능한 희토류가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희토류의 농도도 400∼2230ppm으로 상급이어서 세계 생산량의 약 90%를 담당하고 있는 중국 남부의 희토류 광산에 필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지의 희토류 광산처럼 방사상 원소가 거의 없어 해저의 진흙을 퍼 올리기만 하면 특별한 가공 작업 없이도 희토류 채취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나온 희토류는 TV나 광전기디스크 제조에 사용되는 테르븀,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디스프로슘, 발광다이오드에 필요한 유로퓸 등 종류도 다양하다. 연구팀 책임자인 가토 야스히로(加藤泰浩·지구자원학) 교수는 “해저의 화산 폭발로 분출한 제오라이트 성분이 희토류를 흡수해 바다 밑에 쌓이면서 광범위한 희토류 광맥을 형성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연구팀의 태평양 희토류 조사 내용은 이날 영국의 과학전문잡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공해 해저에 쌓여 있는 희토류를 어떻게 개발하느냐가 최대의 관건이다. 각국이 독점개발권을 가진 영해나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자원과 달리 공해상의 자원은 ‘인류 공동의 재산’으로 규정되기 때문이다. 국제법상으로는 1994년에 설립된 국제조직인 ‘국제해저기구’의 관리하에 개발이 이뤄진다. 하지만 국제해저기구가 조사와 개발규칙 등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세계 각국은 치열한 이권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 개발 후 희토류 분배나 희토류 보유국에 대한 보상, 채굴시 발생하는 환경오염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다만 최근 중국이 희토류 금수조치를 내리는 등 자원을 무기화하고 있는 데 대해 세계 각국이 우려하고 있는 만큼 공동개발을 위한 논의가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 또 풍부한 양의 희토류 존재가 확인됨에 따라 희토류 보유국의 무리한 가격 인상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