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에 ‘펀드런(펀드에서 대규모 자금유출)’이 진정된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이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에서 운용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수익률 톱10 안에 든 운용사 중 7개사가 모두 외국계일 정도로 국내 ‘스타’ 자산운용사들에는 힘든 시기였다.
5일 금융투자협회와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펀드에서 20조 원가량이 빠져나가 ‘펀드런’이라고 불릴 정도였지만 올 상반기에는 순유출 규모가 1조2800억 원에 그쳤다. 운용수익이 포함된 순자산총액은 작년 말 67조 원에서 1일 현재 70조 원 수준으로 더 늘었다.
순자산 규모 1000억 원이 넘는 중대형 자산운용사 중 상반기에 수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삼성자산운용이었다. 총 72개 펀드에서 2조9086억 원을 운용하는 삼성자산운용은 평균 수익률 12.50%를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 측은 “한동안 펀드를 운용할 때 모델포트폴리오를 엄격하게 따르도록 했지만 최근에는 펀드매니저의 역량에 맡기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3개로 나뉜 본부 간 선의의 경쟁이 펼쳐져 성과가 좋았다”고 자평했다. 이어 JP모간자산운용이 12.44%로 2위, 피델리티자산운용이 11.68%로 3위를 차지했고 교보악사, GS, 신한BNP파리바, PCA, 알리안츠, 세이(SEI)에셋, KTB자산운용이 뒤를 이었다.
특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자산운용사 가운데는 압축형 펀드로 큰 성과를 올린 곳이 많았다. JP모간의 ‘코리아트러스트’, 교보악사의 ‘코어셀렉션1’, 삼성의 ‘코리아소수정예’, GS의 ‘골드스코프’ 등은 30개 미만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로 올 상반기 15% 내외의 고수익을 거뒀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의 약진도 눈에 띄는 대목. 삼성, GS, KTB자산운용을 제외하면 모두 외국계 운용사가 톱10 자리를 차지했다. 과거 3년간 상반기에 상위권 성적을 거뒀던 한국투자밸류, 한국투자신탁, 미래에셋, 신영, 트러스톤, 유리, KB, 대신, 동부자산운용 등은 올해 상반기에는 하위권으로 처졌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는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만 각광받으면서 이런 종목을 집중 편입한 펀드를 보유한 운용사의 성적이 좋았다”며 “지난 3년간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가치투자 전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올해 하위권에 맴도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에는 이러한 집중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60여 개의 종목에 투자하는 일반 주식형 펀드보다 오르는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형 펀드의 인기가 더 올라갈 것”이라면서도 “상당수 압축형 펀드는 오히려 성과가 나빴던 점을 감안하면 투자를 잘하는 운용사를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펀드 자산의 일정 부분을 매달 지급하는 상품인 월지급식 펀드에 대한 수요가 점점 커지고 있어 앞으로는 적립식 펀드처럼 월지급식 펀드가 펀드의 한 종류가 아니라 투자의 수단으로 대중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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