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산업부는 지난달 11일부터 이달 5일까지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함께 주조 용접 금형 소성가공 열처리 표면처리(도금) 등 6개 분야 ‘뿌리산업’의 우수기업을 소개하는 ‘뿌리기업, 희망을 이야기하다’ 시리즈를 연재했다.
이 시리즈에 등장했던 기업들은 결코 매출이 많은 곳은 아니었다. 동아일보 산업부는 시리즈에 소개할 기업을 선정하면서 매출의 크기보다는 한 분야에만 종사했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곳을 골랐다.
실제로 기사에 소개된 6개 분야의 기업들은 하나같이 “매출이 최고가 아닌 기술력에서 최고가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기업별로 고유한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었지만, 공통점도 있었다. 뿌리기업 시리즈에 소개된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중소기업의 생존법’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 자금 지원이 전부가 아니다
6개 기업의 사장에게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물었더니 ‘자금 지원’을 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경영개선 컨설팅, 수출 판로 개척 등이 장기적으로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지원”이라고 답했다.
포메탈의 오세원 대표(76)는 “우리 회사는 1992년 경영개선 컨설팅을 받은 후 다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정부의 지원이라고 하면 자금 지원만을 생각하는데 돈보다 더 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6명의 사장은 연구개발(R&D) 강화를 위한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조언도 했다. 직원 평균 연령이 35세인 ‘젊은 기업’ 미래써모텍의 배진범 사장(49)은 “중소기업청, 중기중앙회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해도 좋고 그도 아니라면 기업이 있는 지역의 대학교수만 찾아가 상의해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사람에 투자하라… ② “사람이 재산이다”
6곳의 뿌리기업들도 인력난 등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파워웰의 은종목 사장(54)은 “채용 공고를 내면 4, 5년 전에는 이력서가 20장 정도 들어왔는데, 올해는 2, 3장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뿌리기업들은 ‘사람이 재산’이라는 원칙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본인은 골프를 치지 않지만 직원들을 위해 공장에 골프연습장까지 마련한 덕흥엔지니어링의 박건필 대표(62)는 “기술력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고, 기술력은 사람에게서 나온다”며 “좋은 직원을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평범한 직원이라도 잘 교육하고 주인의식을 심어줘 좋은 직원으로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 남이 안가는 길 가라… ③ “쉬운 일만 하지 말라”
또 단기간의 매출에 급급해 쉬운 일만 하는 것은 피했다는 점도 6개 뿌리기업의 공통점이었다. ‘100년 가는 기업’을 목표로 하는 아이엘공업의 최용섭 대표(58)는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제품을 일부러 수주해 직원들과 밤을 새워 연구했다”며 “생산물량의 20%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해 생산이 어려운 제품을, 나머지 80%는 쉽게 만들 수 있는 제품으로 나눠 운영하면 회사의 운영과 기술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대도도금의 정광미 대표(43)는 “뿌리산업 분야가 어렵다고는 해도 영세한 기업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 같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남들이 하지 않는, 쉽게 생산하기 힘든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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