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이자 문턱을 낮춘 고정금리대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6월 29일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전체 주택담보대출 중 고정금리 비율을 높이기로 하자 은행들이 이에 발맞추고 나선 것이다. 은행들은 연 4% 후반대 고정금리 상품까지 내놓으면서 높은 금리에 부담을 느꼈던 고객들이 움직이고 있다. ○ 새집 장만 때 최저 연 4.8% 고정금리
국민은행은 4일 최단 10년부터 최장 30년까지 연 4.8∼5.3%의 고정금리로 빌려주는 ‘KB 장기분할상환 고정금리 모기지론’을 내놨다. 시중은행에서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의 이자가 연 4%대인 것은 이 상품이 처음이다. 현재 잔액기준 코픽스 6개월 변동금리가 4.17∼5.57%인 것과 비교해도 금리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또 이 상품은 비거치식, 고정금리, 분할상환 등 3가지 요건을 충족하기 때문에 총부채상환비율(DTI)도 15% 더 받을 수 있다.
단,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고객은 제외하고 새로 집을 장만하는 고객만 신청할 수 있다. 주택 소유권 이전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해야 하고 담보 주택도 6억 원 이하, 국민주택규모인 85m² 이하로 제한된다. 대출 한도 총액은 1조 원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정부정책에 따라 ‘시범운영’ 차원에서 서민을 대상으로 만든 상품”이라며 “한도가 끝나면 다른 고정금리 상품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도 장기, 비거치, 분할상환 방식의 고정금리 상품인 ‘Yes 안심전환형 모기지론’을 1일부터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은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혼합형으로 첫 3∼5년은 고정금리이며 이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코픽스나 CD 연동금리를 고를 수 있다. 금리는 기간에 따라 5.08∼5.12%이며 만기는 10∼30년까지 가능하다. 아파트, 연립주택 등을 담보로 주택 크기와 가격에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이미 4월부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기본형과 혼합형으로 나뉘며 기본형은 3∼15년 만기까지 고정금리가 적용된다. 금리는 기간에 따라 연 5.0∼5.8%다. 혼합형은 3∼5년간 고정금리를 내다가 이후 최장 30년까지 잔액기준 코픽스 금리에 따라 변동금리를 적용 받는다. ○ 이자율 낮춘 대출상품 나올 듯
은행들이 앞다퉈 고정금리 신상품을 내놓고 있지만 고객들이 선뜻 선택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정부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소득공제 한도를 1000만 원에서 1500만 원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실제 고객에게 미치는 효과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현재 1000만 원 이상 소득공제를 받으려면 공시가격 3억 원 아파트를 담보로 2억 원 이상 빚을 내야 하는데 이 역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 때문에 사실상 대출이 어렵다는 것.
다른 혜택이 없다면 고객들은 조금이라도 낮은 이자를 내는 대출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직도 변동금리가 0.5% 이상 낮아 영업점에서 고정금리 상품을 권유하기 쉽지 않다”며 “시중은행들이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앞으로 고정금리를 추가로 낮추는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규 고객의 경우 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향후 3년 안에 금리가 0.5∼1% 이상 오른다면 고정금리 상품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