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펀드 투자자의 고민은 만만찮았다. 국내 증시가 5월 사상 최고점을 찍은 뒤 대내외 악재로 조정 국면에 들어서면서 투자 타이밍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급등락장이 반복된 데다 일부 업종과 종목만 오르는 차별화 장세가 지속되면서 펀드 간 수익률 격차도 컸다. 어떤 펀드에 가입해야 할지, 언제 펀드에 들어가야 할지 저울질만 하다 상반기를 훌쩍 보내버린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올 하반기 증시는 대외 악재가 누그러지고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면서 본격적인 상승세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 같은 대외 불안요소가 잠복해 있어 변동성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도 펀드 상품과 투자 시점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내 9개 증권사의 펀드 전문 애널리스트와 재테크 전문가, 상품 담당자로부터 하반기 유망 펀드를 추천받았다.》 ○“상승장에서 더 높은 수익 추구”
올해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이 이끄는 상승장에서 이런 종목을 집중 편입한 압축펀드의 성과는 두드러졌다. 상반기 수익률 상위 국내 주식형펀드 20개 가운데 절반 이상이 50개 이하의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펀드였다.
하반기에도 압축펀드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한 전문가가 많았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하반기는 대외 악재 완화와 국내 기업의 실적 개선, 경기 회복에 힘입어 국내 증시가 새로운 지평을 개척해갈 것”이라며 “상승장에서 더 높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국내 성장형펀드와 압축펀드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권했다.
전문가들이 추천한 대표적인 압축펀드는 ‘JP모간 코리아트러스트’, ‘GS 골드스코프’, ‘교보악사 코어셀렉션’이었다. 이들 펀드의 상반기 수익률은 15% 안팎에 이른다. 특히 JP모간 코리아트러스트는 전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올 들어 1조2000억 원 이상을 끌어들였다. 유지송 신한금융투자 상품개발부 차장은 “이 펀드는 JP모간의 글로벌 리서치 조직을 활용해 기업실적을 검증하고 대형주 위주로 투자해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한다”며 “하반기 상승장에서는 분산된 투자보다 압축 포트폴리오가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소외 종목 재평가” “변동 장세에 대응”
그동안 소외됐던 저평가 종목에 선별 투자하는 펀드도 대거 추천됐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펀드연구원은 “지금까지 대형주와 특정 업종이 상승세를 주도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소외됐던 가치주나 중소형주가 재평가받을 것”이라며 “하반기 증시 지수대가 높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성장형 펀드뿐 아니라 중소형, 가치주 펀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리안츠 기업가치향상 장기펀드’, ‘KB밸류포커스’, ‘미래에셋 장기성장 리서치펀드’가 대표적으로 꼽혔다. 조병준 동양종합금융증권 자산전략팀 연구위원은 “알리안츠 펀드는 중대형 가치주와 성장주 가운데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가능한 종목, 녹색성장 산업 등에 주로 투자한다”며 “중장기 성과가 우수하고 투자자금 유입도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호 IBK투자증권 상품지원팀장은 “하반기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해소 과정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인플레이션과 연계된 악재가 계속 불거질 텐데 한국 증시의 상대적인 밸류에이션이 낮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익률과 함께 변동성 장세에서 위험 관리가 잘되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며 알리안츠 펀드를 권했다.
조정익 대우증권 영업프로세스개발부 팀장은 “유럽 재정위기, 중국 긴축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해 변동성 장세는 계속될 것”이라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절대수익형 펀드’와 펀드매니저의 주관적 판단을 배제하고 계량적인 방법으로 종목을 선정해 투자하는 ‘퀀트펀드’에 투자하라”고 했다. 압축펀드로 추천받은 교보악사 코어셀렉션은 객관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40개 종목을 선정해 동일비중으로 투자하는 퀀트펀드로 꼽혔다. ‘푸르덴셜 스마트알파 채권혼합펀드’는 우량채권에 투자해 수익률을 확보한 뒤 롱쇼트 전략(전망이 안 좋은 주식을 차입 매도하고 전망 개선이 기대되는 주식을 매수)을 써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긴축 마무리, 중국 본토 펀드 눈길”
하반기 중국 본토 펀드를 비롯해 성장성이 부각될 신흥국 관련 펀드를 눈여겨보라는 조언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하반기 중국의 물가상승 압력이 완화되면서 긴축정책이 막바지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돼 중국 증시가 상승 사이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삼성 China2.0 본토 펀드’를 추천한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중국 본토 증시는 주가 수준이 기업의 이익 성장에 못 미치고 있는 데다 홍콩 증시보다 업종 분산이 잘돼 있고 중국 내수 회복의 효과를 직접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구 대신증권 로직앤포트폴리오센터 컨설팅랩 팀장은 “중국은 경제 성장성이 크게 훼손되지 않은 데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다른 신흥국보다 증시 회복 수준이 낮아 가격 매력이 있다”며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편입하는 ‘KB 차이나A 재간접 펀드’를 추천했다.
조성식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 이사는 신흥국의 인구·소득 증가, 산업화의 수혜를 보는 글로벌 기업에 투자하는 ‘미래에셋 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 펀드’를 추천하며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가시화되면 소비 증진에 따른 추가 수혜가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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