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정겹게 사용하던 디지털카메라의 메모리카드나 USB메모리가 이따금 이유 없이 망가질 때가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이 기기에 들어 있는 플래시메모리의 쓰기와 지우기 기능이 100만 번밖에 안돼 수명이 다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은 이 같은 기존 플래시메모리의 약점을 해결한 R램의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디지털카메라, 스마트폰 등 최근 전자제품에 두루 쓰이는 기존 플래시메모리보다 수명은 100만 배 길고, 쓰기와 읽기 속도는 1000배 빠른 획기적 기술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플래시메모리는 쓰기와 지우기를 100만 번 할 수 있었지만 이번 기술로 R램은 이 기능을 1조 번 반복할 수 있는 내구성을 확보했다.
약 10년 전부터 연구가 시작된 R램은 앞으로 5년 뒤부터나 상용화될 것으로 보이는 차세대 메모리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파나소닉, 샤프, 필립스, IBM, HP 등이 R램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R램이 압도적으로 긴 수명과 빠른 속도로 ‘포스트’ 플래시메모리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신기술은 R램의 저항변화 물질로 산화탄탈륨을 사용해 산소 함량이 다른 2중층을 구성해 전류를 흘려주는 필라멘트를 이 중 한 층에만 분포되게 했다. 삼성전자는 이 필라멘트의 분포를 제어하는 R램 기술 개발을 통해 기존 플래시메모리의 100만 배에 이르는 내구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트랜지스터와 레지스터를 한 개씩 구성하는 기존 R램 구조를 별도의 트랜지스터가 필요 없는 구조로 바꿔 메모리 용량을 늘릴 수 있는 가능성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한만조 기술원 부장은 “현재 플래시메모리가 10나노 공정과 64기가비트 용량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어려움이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 중 하나가 R램”이라며 “R램은 휴대전화,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의 소형화 및 고용량 저장장치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향후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지금보다 두께가 얇고 가벼우면서도 전기 소모량이 적은 디지털 기기가 대규모로 확산 보급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번 연구 결과는 영국에서 발간되는 세계적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 머티리얼즈’ 인터넷판(10일자)에 ‘산화탄탈륨의 비대칭 2중층 구조로 빠른 전환, 고내구성의 고용량 R램 구현’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 R램 ::
산화물에 가하는 전압에 의해 전류가 흐르는 통로가 생성되고 없어짐에 따른 재료의 저항 변화를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 플래시메모리 ::
정보를 저장하는 ‘셀’이라 부르는 플로팅 게이트 트랜지스터에 전하를 갇히게 해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