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건설업체들이 실버세대의 마음을 잡는 아파트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우미건설이 다음달 전북 군산시에서 분양 예정인 '목포 우미 파렌하이트'는 노약자를 위한 '유니버설 디자인'이 시설물 곳곳에 적용됐다. 노인들이 욕조에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욕조에 손잡이를 달고, 휠체어를 사용하는 입주자를 위해 문턱을 낮췄고, 문을 고정시킬 수 있는 고리도 설치했다. 인테리어도 중장년층 이상의 취향을 반영해 일부 평형에서는 한옥의 멋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채와 툇마루 개념을 도입했다.
코오롱건설은 현재 대구에서 분양 중인 '수성못 코오롱 하늘채'의 평형을 '노인 맞춤형'으로 설계했다. 전용면적 85㎡ 규모의 저층 아파트에 별도 공용 입구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지상 1층에서 출입할 수 있는 전용현관문을 설치한 것. 현관문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최성훈 코오롱건설 과장은 "산책을 자주 하는 노인들의 편의를 고려해 생각해 낸 평면으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바닥 턱이나 경사로를 최소화 한 '무장애(無障碍· Barrier-free)설계'를 내세운 아파트가 유행하는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대림산업은 최근 분양한 아파트의 주거동, 주민공동시설, 놀이터 등 단지 내부 전체 시설까지 턱이 없는 수평 보행로로 연결했고, 동부건설도 현재 분양 중인 계양 센트레빌에 비슷한 컨셉트를 반영할 예정이다.
서울시도 강남 세곡 4단지에 노인전용 장기전세주택 등 공공주택 407채에 이런 설계를 반영하기로 했다. 이 단지에는 노인 신체에 맞춘 싱크대와 세면대가 적용되는 것은 물론 동작감시센서가 있어 입주자의 동작이 일정 시간 없으면 관리사무소에 자동으로 통보되는 시스템을 들어선다.
주택건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단순한 시설을 보강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테리어나 편의시설을 노년층의 취향에 맞게 설치하는 아파트도 선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피데스개발의 김희정 R&D센터장은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도 노년층의 다수가 실버타운으로 주거지를 옮기기보단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그대로 살아가는 사례가 많았다"며 "실수요자의 고령화에 맞춰 아파트도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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