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하 등 복지지출 증가로 내년 예산이 당초 계획을 초과할 우려가 높은 가운데 경제성장률 둔화와 환율하락(원화 강세)으로 세수(稅收)마저 2조 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여 정부의 재정계획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달러당 1150원 선을 오가던 환율은 14일 달러당 1058.4원까지 내려앉은 상황. 환율 하락이 당장 시급한 물가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품에 붙는 세금이 줄어들어 국가 재정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 가능성으로 국제유가나 농산물 등의 가격이 오르면서 환율하락에도 물가 오름세는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1050원 경우 세수 1조2000억 줄어
1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1년 세입 구조를 분석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세수는 1200억 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품에 대한 세금은 원화를 기준으로 매기기 때문에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품의 가격이 내려가 여기에 부과되는 관세와 부가가치세 수입 역시 함께 줄어든다.
정부의 올해 부가가치세 세수 목표는 지난해보다 8%가량 늘어난 52조9000억 원. 이 가운데 환율에 직접 영향을 받는 수입분 부가세는 43조9000억 원에 이른다. 또 정부는 올해 관세 수입 목표도 지난해보다 6%가량 늘어난 11조4000억 원으로 잡았다.
하지만 이는 환율 기준을 달러당 1150원으로 세운 계획이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계속되는 양적완화 정책에 따른 달러 약세로 빠르게 하락하면서 올 상반기 평균 1101.23원으로 떨어졌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 하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이 1020∼1030원 선까지 떨어지는 등 올 하반기에도 환율 하락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에 따라 올해 평균 환율이 당초 정부의 예상보다 100원가량 내려간 달러당 1050원 선에 이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경우 올해 세수는 1조2000억 원가량 줄어들게 된다.
경제성장률 둔화 역시 정부의 세수 목표에 차질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올해 5% 이상의 경제성장률을 목표로 했던 정부는 지난달 말 발표한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에서 성장률 목표를 4.5%로 하향조정했다. 성장률이 0.5%포인트 하락하면 세수는 5000억∼1조 원 줄어든다. 성장률 하락으로 소득과 소비가 줄어들면 법인세와 소득세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다. 결국 환율 하락과 경제성장률 둔화로 올해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 세수는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 대기업 수출마진 한계선은 1062원
세수 감소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그동안 원-달러 환율 하락을 사실상 용인했던 것은 원화강세가 물가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연준) 의장이 13일 “경제 약화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면 추가적 정책 지원을 할 수 있다”며 3차 양적완화 정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 같은 분위기는 반전되고 있다.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은 달러 약세와 원화 강세로 이어진다. 하지만 동시에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과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이어져 국내 물가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하락한 반면 국제유가는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과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물가 안정 효과는 무의미해진다.
더욱이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계속되면 수출기업들의 피해도 무시하기 어렵다. 지난해 말 한국경영자총협회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들이 수출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유지돼야 할 환율은 달러당 1062원. 세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품질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환율이 미치는 영향은 줄어들었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은 수출에 악영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정부가 달러당 1050원을 환율 하락의 마지노선으로 지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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