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 미국의 강에서 금이 나오다.’ 1848년 샌프란시스코의 한 신문이 알린 이 소식이 이후 2년 동안 20만 명 이상을 캘리포니아로 끌어들였다. 미국인과 유럽인은 물론이고 중국인까지 사금(砂金)을 찾아 몰려들었던 ‘골드러시’였다.
‘역사상 가장 빨리 10억 달러 매출을 올릴 기업.’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해 미국의 소셜커머스업체 그루폰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러자 국내에서 골드러시가 벌어졌다. 그루폰의 성공을 모방한 소셜커머스 사업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시작하려고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조사해 지난달 말 발표한 ‘소셜커머스 시장 현황’에 따르면 국내 소셜커머스업체는 지난해 3월 위폰이라는 업체가 처음 등장한 뒤 우후죽순처럼 늘어 올해 5월 말 현재 50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수십 수백 개가 매달 사라지고 새로 생겨난다. ○ 소셜커머스 골드러시
소셜커머스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자발적으로 홍보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SNS에 올라온 물건정보를 보고 구매의사를 밝히면 일정 수의 소비자가 모일 때 ‘반값 할인’ 등 파격적인 할인을 해준다. 인터넷 공동구매와 비슷하지만 SNS와 스마트폰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많은 거래가 발생하는 게 특징이다.
KISDI에 따르면 이런 소셜커머스업체들이 다루는 상품의 거래금액은 올 3월 641억 원을 넘어섰다. KISDI는 이 규모가 올해 말 최대 5000억 원, 내년에는 약 8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에선 최근 불어온 스마트폰과 SNS의 성장이 벤처기업 창업 열풍을 불러왔다. 모바일 게임업체, 업무용 SNS업체, 검색업체 등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유독 소셜커머스로만 몰린다. 시장이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데다 진입장벽도 높지 않기 때문이다.
한 소셜커머스업체 대표 A 씨는 “190만 원만 있으면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만들어주는 업체가 나왔을 정도로 소셜커머스는 기술력 없이도 창업이 쉽다”며 “엔지니어 경험이 없는 컨설팅회사나 경영학석사(MBA) 출신들까지 이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낮은 진입장벽은 경쟁을 격화시켰다. 동네 골목을 점령했던 치킨집과 족발집 같은 프랜차이즈업체를 연상시킬 정도다. 다른 소셜커머스업체 대표 B 씨는 “지난해 11월 창업했는데 세어 보니 내가 대충 200번째 창업한 사람이더라”며 “어차피 외식 공연 여행 세 가지만 팔리는데 대부분의 업체가 한두 번 소셜커머스를 해봐서 영업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도 불거졌다. 예를 들어 6개월 이내 사용을 보장하는 할인쿠폰을 판 소셜커머스업체가 망하면 이를 산 소비자는 쿠폰을 사용할 업체에서 할인을 해주지 않아도 하소연할 곳이 없어진다.
○ 소셜커머스의 미래
골드러시는 결과적으로 미국 서부지역을 개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소셜커머스 사업을 벌이는 사람들도 그렇게 이 시장을 발전시켜보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14일 위메이크프라이스라는 회사가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회사는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해 2000억 원대의 부자가 된 허민 대표가 세운 소셜커머스 업체다. 이날 허 대표는 “500억 원을 위메이크프라이스에 투자해 소셜커머스가 아닌 지역 포털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예컨대 ‘분당 사람들’, ‘해운대 사람들’이 자신들의 동네 정보를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소셜커머스를 통해 갖게 된 전국영업망으로 지역정보를 모으겠다는 것이다.
로티플이란 회사는 외식업체를 중심으로 ‘손님 없는 시간’에 할인판매를 한다. 돈가스 가게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만 30% 할인을 하는 식이다. 가게를 놀리느니 싼값에 물건을 팔려는 사람들에게 유용하다.
김윤화 KISDI 연구원은 “국내 소셜커머스 서비스들은 기존의 ‘그루폰’ 방식의 사업모델을 떠나 스마트폰의 위치정보나 인터넷 포털 등 다양한 정보와 결합한 형태의 서비스로 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이진화 인턴기자 서울대 가족아동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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