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몰래 급전이 필요했던 백모 씨(42)는 지난해 12월 ‘휴대폰 개통 시 50만 원 대출’이라는 문자메시지(SMS)를 받고 대출업자에게 연락을 했다. 백 씨는 휴대전화 개통에 필요한 주민등록번호, 통장번호, 체크카드번호를 대출업자에게 알려줬다. 며칠 후 백 씨에게 휴대전화가 배달됐고 이를 다시 대출업자에게 보내자 곧바로 50만 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3개월 뒤 두 곳의 통신회사로부터 총 580만 원의 요금이 미납됐다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받았다. 곧장 대출업자에게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다. ○ 휴대전화 대출사기 혐의업체 대거 적발
최근 서민들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대출사기’가 크게 늘고 있다. 휴대전화 대출이란 대출 신청자는 휴대전화를 개통해 대출업자에게 넘겨주는 대신 현금을 지급받은 뒤 대출 신청자가 휴대전화 기기값을 할부로 내면서 대출금을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하지만 대출업자가 넘겨받은 휴대전화를 대포폰 또는 스팸문자 발송용으로 써 결국 엄청난 요금을 대출 신청자가 뒤집어쓰는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금융감독원은 6월 한 달간 휴대전화 관련 대출광고 등이 올라온 인터넷 카페, 생활정보지 등을 집중 조사해 휴대전화 대출사기 의심업체 총 43곳을 적발해 수사기관에 통보했다. 휴대전화 대출사기 업체들은 주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인터넷 카페, 생활정보지 등을 이용한다. 이들은 ‘통신지원 대출’, ‘휴대폰 개통 즉시 현금 50만∼250만 원 당일 지급’ 등의 광고를 내고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주요 대상은 소액대출을 많이 찾는 주부 대학생 무직자 등이다. 소비자들은 별도의 서류 없이 절차가 간편하고 신용도와도 관계없이 즉시 대출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기 업체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 불법 개통 확인 및 차단 가능
이미 휴대전화 관련 대출을 받았다면 엠세이퍼(msafer.or.kr) 등을 통해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 엠세이퍼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서 운영하는 사이트로 명의도용 방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통신서비스가 새로 개통됐을 때 문자메시지로 통보 받고 개통 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휴대전화 가입제한 서비스’를 신청하면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가 추가 개통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만약 본인 동의 없이 개통된 휴대전화번호가 있으면 해당 통신사 고객센터나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민원조정센터(080-3472-119)에서 상담을 받고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통신민원조정센터는 명의도용 피해를 본 고객의 신청을 받아 통신업체와 고객 사이의 해결 방안을 찾아준다.
또 대출업체에 넘겼던 신분증은 재발급 받고 통장과 체크카드는 해지해야 안전하다. 좀 더 확실한 금융피해 방지를 원한다면 인근 은행이나 금융감독원을 찾아가 ‘개인정보 노출자 사고예방 시스템’에 등록하면 된다. 이 시스템을 신청하면 신분증 분실이나 보이스피싱 등으로 개인정보가 노출된 금융소비자의 개인정보가 금융회사로 통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휴대전화 대출사기는 결국 통신료 등으로 대출받은 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부담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돈을 물어내는 것 외에 범죄행위에도 관련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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