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 ‘미친 식탁물가’에 복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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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주부 최미혜 씨(33·서울 성북구 길음동)는 최근 3세 아들에게 과자를 사주는 대신 과일 건조기를 구입해 직접 과일을 말려 과자로 만들어 먹이고 있다. 최 씨는 “과자 한 봉지에 1000원, 2000원이나 하니 아예 직접 만들어 먹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연일 들썩이는 장바구니 물가에 소비자들이 뿔났다. ‘밥상 물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서민들의 경제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가 18일 발표한 ‘이마트 지수’에서 가격이 비싼 냉장 대신 선도가 떨어지는 냉동식품을 찾거나 좀처럼 식탁에 올리지 않던 외국산 식품을 사는 등 등골 휘는 물가 부담에 소비자들의 입맛도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는 이날 전국 이마트 표준점포 50개 매출을 토대로 산출한 2분기(4∼6월) ‘이마트 지수’가 100.3이라고 밝혔다. 작년 2분기 지수는 103.3이었다. 이마트 지수는 이마트에서 파는 476개 전체 상품군의 소비량을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경기를 판단하는 소비량 측정 지수로 100 이상이면 좋아진 것이고 100 미만이면 나빠진 것이다. 올해 2분기 100.3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거의 제자리걸음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올 2분기 이마트 지수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소비자들의 먹을거리 씀씀이를 나타내는 지표인 식생활 지수다. 2분기 식생활 지수는 101.5로 의생활(97.9), 주생활(98.5), 문화생활(100.4) 지수 가운데 가장 높았다. 먹을거리 씀씀이가 약간 늘었지만 기후변화, 구제역, 가격 인상 등에 따라 먹을거리 선호도는 크게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 수온 변화로 국산 고등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생물 고등어는 83.3에 그쳤지만 노르웨이 등 해외에서 수입한 냉동 고등어는 212.2로 급등했다. 또 구제역 여파로 가격이 크게 오른 국내산 돈육은 77.3에 그쳤지만 싼 가격을 무기로 대량 수입된 외국산 돈육은 737.8로 급성장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소비량이 7배로 늘었다는 뜻이다. 또 지난해 가격 급등으로 올해 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나 가격이 낮아진 채소는 배추 143.3, 양파 107.3 등으로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외국산 과일을 찾는 소비자도 크게 늘었다. 바나나는 108, 아보카도 130.7, 망고 127.4, 체리 167.4 등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늘었다. 올 2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500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쇼핑선호도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3.8%는 ‘가격이 비싸도 수입품보다는 국산 먹을거리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연이은 물가 상승에 아예 국내산 대신 외국산을 잡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이름만 바꿔 가격을 올리는 ‘꼼수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은 과자는 105.5에서 94.6으로, 아이스크림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97.7에서 91.4로 크게 낮아졌다. 제과, 빙과업체들은 올 4, 5월 설탕, 밀가루 등 원자재값 인상을 이유로 소매 판매가격 기준으로 값을 최대 25%나 올렸다.

고유가난에 연료소비효율을 개선하는 연료첨가제 지수는 218.4를 기록해 물가에 민감한 소비자의 장바구니 씀씀이가 그대로 드러났다.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김민 부장은 “체감 경기는 여전히 낮지만 꼭 필요한 신선식품만 구매하고 스마트폰 관련 상품이나 레인부츠, 골프, 등산 등 트렌드를 따르는 일부 소비만 살아나 지수가 겨우 100을 넘긴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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