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과 원전 사고, 엔화가치 급등 등 복합적인 난제에 봉착한 일본 산업계가 최근 한국 기업의 해외시장 점유율 확대에 노골적인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까지 기술우위를 자랑해온 자동차 조선 등 일본 제조업의 텃밭에서조차 한국 기업에 잇따라 밀리자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것.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7일 1면 머리기사에서 ‘한국 기업이 일본의 점유율을 뺏어간다’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한국 기업이 일본 못지않은 기술력과 원화약세,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등에 힘입어 경쟁력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산업계가 가장 충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양국의 세계 자동차시장 점유율 격차가 계속 줄고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일본 자동차업계의 최대 판매처인 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이하 기아자동차 포함)의 점유율이 올해 상반기(1∼6월)에 9%까지 치고 올라와 도요타(12.8%)와 혼다(9.6%)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일본자동차공업협회는 “한국이 3000만 대 이상의 시장에서 경쟁우위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업계에서 한일 간 수주 역전도 두드러졌다. 일본은 컨테이너선이나 벌크선 등 저부가가치 선박은 포기한 지 오래지만 높은 기술 수준이 요구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나 심해유전 개발용 굴착선 등에서는 우위를 보여왔다. 그런데 이마저 한국 조선 업계가 싹쓸이하고 있다. 기술 수준에서는 큰 차이가 나지 않지만 엔화가치 급등으로 일본이 30% 비쌀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일본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해온 사무용 복합기기 등 오피스 가전 분야에서도 최근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후지제록스나 리코, 캐논 등 일본 기업은 가격이 비싼 고급기계에 특화해 판매금액 면에서는 수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출하대수로 따지면 중저가에 강한 삼성전자가 단연 1위라는 것.
신문은 “일본 기업은 원전사고와 동일본 대지진 피해, 전력난, 높은 세금 부담, 뒤늦은 통상정책, 고용 관련 규제 강화 등 6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조속히 해결하지 못하면 승산이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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