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정보기술(IT) 계열사인 LG CNS에 지난달 이색적인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쏘울과 K5, K7 시리즈를 잇달아 히트시키며 ‘디자인 기아’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주역인 서춘관 기아자동차 마케팅 이사입니다.
IT 업체에 왜 아무 관련도 없어 보이는 자동차회사 임원이 나타났을까요? 같은 그룹 계열사도 아니고, 협력업체도 아니고, 경쟁사는 더더욱 아닌데 말입니다. 서 이사가 나타난 이유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는 자동차 시장에서 디자인이라는 요소로 차별화를 시도해 성공을 거둔 기아차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LG CNS가 초청했기 때문입니다.
이날 ‘디자인 경영’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서 이사의 특강에는 임직원 300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습니다. 순식간에 신청이 마감되는 바람에 강의를 듣지 못한 직원들은 참석자들로부터 서 이사의 얘기를 전해 들어야 했습니다.
LG CNS는 주로 대기업의 IT 시스템이나 서버를 설계, 관리하는 전형적인 기업간거래(B2B) 업체입니다. 업종의 특성상 디자인을 그다지 중요하게 여기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LG CNS가 서 이사에게 특강을 간곡히 부탁한 이유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디자인해 달라’ ‘사용자가 즐거울 수 있도록 디자인해 달라’는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요즘 IT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기업 담당자를 만나 보면 대뜸 ‘아이폰처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는 이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사용자환경(UI)의 편의성을 만족시키는 혁신적 디자인을 선보인 아이폰을 접하면서 디자인의 중요성에 눈을 뜬 대중은 이제 어떤 제품이든지 구매욕구와 사용동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디자인을 먼저 고려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IT 서비스조차 용량이나 속도보다 디자인을 먼저 따지는 고객이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바로 이런 트렌드 때문에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최근 “디자인은 고객가치 혁신의 출발점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디자인 강화를 지시하기도 했습니다. 아이폰 이후 기업의 중요한 경영철학으로 디자인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 업종을 불문하고 모든 기업이 빨리 깨달아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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