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심층수, 정부 헛바람에 헛물만 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19일 03시 00분


“2018년 시장규모 2조원”… 정부 3년전 장밋빛 예측
1위 업체 빚더미로 문닫아

국내 최대 해양심층수 업체였던 A사는 올해 5월 심층수 생산을 자체 중단하고 사실상 문을 닫았다.

3년 전인 2008년 정부로부터 국내 처음으로 해양심층수 개발업체에 선정될 때만 해도 2010년까지 1000억 원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부푼 꿈을 품고 있었다. A사는 2008년 전체 해양심층수 판매액 57억 원 중 54억 원을 차지할 만큼 선두주자였다.

정부도 해양심층수 개발에 의욕을 보이며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 2004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해양과학기술 로드맵에서 해양심층수 개발을 우선 중점추진 과제로 선정한 데 이어 2007년엔 ‘해양심층수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2008년 정부가 작성한 ‘해양심층수 5개년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8년 성숙기의 해양심층수 시장규모는 1조9765억 원, 2012년까지 생산유발 효과 1조738억 원, 취업유발 효과가 1만7558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이를 근거로 2008∼2009년 A사를 포함한 8개 업체에 향후 10년 동안 해양심층수를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그러나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이 18일 국토해양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해양심층수 업체의 총 판매실적은 85억여 원에 그쳤다. 8개 업체 중 2개 업체는 아직 생산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최대 생산업체였던 A사는 2008년 86억 원, 2009년 38억 원 등 누적 적자를 이기지 못했다. A사의 전 대표인 C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일본에선 정부가 취수관 등 300억 원에 이르는 초기 장비 비용을 지원했지만 우리 정부는 분위기만 잡고 지원해주지 않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새로운 산업인데 마케팅을 할 여유가 없다 보니 국민 관심도 받지 못했다”며 “해양수산부가 없어지면서 정부의 관심은 더욱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부가 해양심층수 수질을 직접 검사하지 않고 업체의 자체 보고에 의존해 수질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정부 분위기만 잡고 지원 안해” ▼

장 의원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A사가 개발한 해양심층수의 경우 지난해 3분기부터 수질검사를 하지 않다가 올해 5월 다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일부 수질 항목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1년 가까운 기간에 함량 미달인 심층수가 팔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양심층수는 선진국에서는 이미 개발이 활성화된 미래 자원이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동해 심층수의 자원량은 사실상 무한한 수준이며 저온성과 미네랄성도 외국의 심층수 못지않게 뛰어나다. 일본의 해양심층수 시장규모는 2007년에 3조6000억 원을 넘어섰고 생수 두부 빵 등 1000여 종의 제품을 생산 중이다. 미국 대만 노르웨이도 이미 해양심층수 개발과 시장화의 궤도에 올라섰다.

국토부 관계자는 “업체들이 지금은 힘들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며 좀 더 노력하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면서 “3년 내로 500억 원을 생산한다는 현실적인 목표 아래 수요가 늘어날 수 있도록 해양심층수를 국민에게 알리고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장 의원은 “정부의 안이한 자원개발 및 관리가 개발에 참여한 중소업체뿐 아니라 소비자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며 “미래 자원에 대한 국가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 해양심층수 ::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m 이상 깊은 곳의 바닷물. 얕은 바닷물과 비교할 때 저온성, 청정성, 부영양성, 미네랄성이 뛰어나 음료뿐 아니라 해양온도차 발전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발전, 기능성 화장품 생산, 양식장 수질 개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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