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경제]태평양 상공서 보낸 박현주의 투자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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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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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53)이 19일 태평양 상공에서 미래에셋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냈습니다. 6월 말 이후 3주간 해외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비행기 안에서 발송했다고 합니다. 박 회장은 중요한 ‘터닝 포인트’에 e메일을 통해 경영방침을 전달하곤 했습니다. 2008년 3월 26일에도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내 글로벌 금융위기의 전조로 주가가 하락하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어수선할 때 신흥시장의 가능성을 잘 살펴보자고 당부했습니다.

이번 e메일에서는 세계시장 진출 확대에 따른 뿌듯함을 표현하면서도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다”라는 말로 마음가짐을 다잡을 것을 주문했습니다. 전 세계 현지 영업점을 다니면서 눈으로 직접 확인한 발전상에 기뻐하면서도 ‘호사다마(好事多魔)’를 경계하자는 박 회장의 바람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미래에셋은 자산운용사를 중심으로 2003년부터 해외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한 결과가 최근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5월 말에는 휠라코리아와 손잡고 세계 최대 골프용품 회사인 어큐시네트 인수에 성공했지요. 얼마 전에는 캐나다의 상장지수펀드(ETF) 전문운용사인 호라이즌베타프로를 사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미래에셋이 신흥시장에서 승부를 걸었다면 이제는 선진시장인 북미시장에서 주요 플레이어로 활동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는 행보입니다.

박 회장은 “브라질에서는 역동적인 직원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뿌듯했고, 칠레에서는 조만간 미래에셋펀드를 마케팅할 것”이라며 “캐나다 자산운용사 인수로 북미와 호주까지 진출하게 됐고, 조만간 ETF 상품을 아시아와 미국시장에 상장하겠다”고 감회와 계획을 동시에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브라질, 칠레 같은 라틴아메리카는 원자재와 인구 규모면에서 축복받았지만 높은 인플레이션 등 단기적 부침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 세계 경제가 미국, 유럽의 부채와 신흥국가의 인플레이션이라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며 “기업이익은 건강하지만 매크로 경제 측면에서 오랫동안 누적된 문제들을 단기에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습니다. 위기를 피하려면 분산투자로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해야 한다고 딩부했습니다. 해외 진출을 통해 국내 투자자에게는 다양한 투자상품을 제안하고 해외 투자자들에게는 한국의 ‘금융 파워’를 보여주자는 박 회장의 의도가 제대로 결실을 보기를 기대합니다. 무엇보다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지 않겠다는 초심을 내내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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