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고통지수 강원이 제일 높아

  • Array
  • 입력 2011년 7월 20일 21시 39분


강원 원주시 인근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는 원모(54) 씨는 요즘 가계부를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 한달 생활비가 불과 6개월 사이에 50~60만 원가량 오른 300만 원에 육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항목은 역시 기름 값. 등유 값이 치솟으면서 겨울에는 한 달에 난방비로만 70만 원이 들어가 지난해보다 10만 원 이상 늘었다. 식료품 값 역시 20만 원 가까이 증가했다. 사료 값이 최근 몇 년 사이 2배가량 치솟으면서 우사(牛舍)를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올랐다. 원 씨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처럼 영화보고, 옷이나 신발을 사는 것도 아닌데 살기가 너무 힘들어졌다"며 "물가 오르는 속도는 서울보다 지방이 더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급등으로 체감경기가 갈수록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강원지역이 올 들어 생활경제고통지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과 전남은 올 1분기만 놓고 보면 생활경제고통지수가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보다도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된 구직난에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까지 겹치면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고통이 외환위기 못지않은 수준으로 악화된 것이다.

동아일보가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올 상반기 '생활경제고통지수'를 산출한 결과 전국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강원이 14.04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경북(14.01), 전남(13.94), 전북(13.34)이 뒤를 이었다.

생활경제고통지수는 '장바구니 물가'인 생활물가지수와 체감실업률(근무시간 17시간 이하를 실업자로 간주)을 더해 산출한 것으로 국민들이 실제로 체감하는 경제적인 고통을 수치로 나타내는 지표다. 예를 들어 상반기 생활물가상승률이 4.5%, 체감실업률이 8%면 생활경제고통지수는 12.5가 된다.

생활경제고통지수는 고령자와 농림어업 종사자가 많아 실업률이 낮은 도 지역이 광역시보다 낮은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1~4위를 차지한 강원과 경북, 전남, 전북은 물가가 오르기 전인 2009년까지는 모두 생활경제고통지수가 10위 권 밖이었던 지역이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생활경제고통지수는 광역시보다 도 지역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상반기 중 물가충격이 가장 컸던 올 1분기에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다. 1분기 전남의 생활경제고통지수는 17.5, 경북은 16.8로 역대 최고치였던 1998년(전남 16.8, 경북 16.0)보다 높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광역시는 광주는 12.54로 16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고 1, 2위권을 유지했던 서울은 12위, 부산은 10위로 대부분의 도 지역보다 생활고통지수가 낮아졌다.
이처럼 중소도시와 농어촌 지역이 많은 도 지역의 생활경제고통지수가 치솟은 것은 올해 물가상승을 이끌었던 국제유가와 농축수산물 상승의 충격이 광역시보다 도 지역에서 훨씬 컸기 때문이다.

아파트가 많은 광역시에 비해 지역난방이 발달하지 않은 도 지역은 가계지출에서 석유류에 대한 지출 비중이 크다. 실제로 강원은 석유류 지출비중이 6.9%로 서울(3.9%)보다 훨씬 높다. 생활경제고통지수가 높았던 경북(7.2%)과 전북(6.3%), 전남(5.9%)도 마찬가지다. 또 대형마트가 밀집된 대도시에 비해 유통체계가 낙후된 도 지역은 농산물가격 상승도 빠르고 이는 농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하는 외식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생활경제고통지수가 가장 높았던 강원은 기름 값은 물론 식품과 개인서비스 요금 대부분이 서울보다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원도의 보일러용 등유 가격은 6월 평균 L당 1360원으로 6개월간 20%이상 올라 서울의 2배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 강원 지역의 대표 수산물인 오징어는 물론 삼겹살, 김밥, 비빕밥 등 대부분의 외식비 역시 서울보다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통계청 관계자는 "광역시의 생활물가상승률이 대부분 4%안팎을 유지한데 비해 대부분의 도 지역은 5%안팎으로 더 높았다"며 "물가상승률이 높다보니 체감하는 고통지수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