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사모펀드가 인수하는 건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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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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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화 난항 우리금융지주… 전문가 20명에게 물어보니

‘10인 10색.’ 자산규모 291조 원으로 국내 1위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 작업이 갈수록 오리무중이다. MBK파트너스, 티스톤파트너스, 보고펀드 등 국내의 3개 사모펀드가 우리금융지주 인수 의향을 공식적으로 밝혔지만 사모펀드에 대한 정서적 반감을 감안할 때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이 정부에서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당초 우리금융 인수전에 금융지주회사들을 참여시켜 거대 금융회사(메가뱅크)를 만들려는 구상을 추진했으나 그 전제조건인 관련 법령의 개정이 무위에 그치면서 금융지주 간 결합은 물거품이 됐다. 산은금융지주의 참여마저 막은 상태에서 입찰을 강행했지만 결국 사모펀드 3곳만 참여하는 데 그쳤다.

동아일보 경제부가 20일 국내 경제·금융전문가 20명에게 사모펀드의 우리금융 인수에 대해 설문을 실시한 결과, 전원에 가까운 19명이 ‘불가(不可)’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정부가 기존 매각 일정을 강행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번 입찰 자체가 성사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현 시점에서 우리금융의 가장 바람직한 민영화 방안은 은행 보험 증권 등 우리금융 산하의 금융회사들을 각각 쪼개 파는 분리매각이라고 제안했다. 3개 사모펀드들은 8월 17일까지 인수자금 출처와 투자계획 등을 담은 예비입찰제안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우리금융 지분 30% 인수에는 최소 4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의 우리금융 인수를 부정적으로 본 19명의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투자이익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의 속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최소 4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돈을 들여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 몇 년 안에 회수하려면 우리금융 주가를 현재보다 훨씬 높여야 한다. 그러려면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자산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기업이지만 공공재의 성격이 강한 은행을 사모펀드가 소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모펀드가 피인수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은행업이 지닌 공익적 성격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토종 펀드건 해외 펀드건 사모펀드가 인수하면 인수차익은 해당 펀드에 투자한 소수에게 돌아간다”며 “공적자금으로 만들어진 회사의 매각 차익이 특정 투자집단에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거센 특혜시비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3개 사모펀드의 능력을 믿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강석훈 성신여대 교수는 “3개 사모펀드가 과거에 했던 거래는 대부분 수천억 원짜리였다”며 “4조 원의 대형 거래를 해본 경험도 없고, 인수 후 우리금융을 제대로 운영할 만한 경영능력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가장 많은 5명의 전문가들은 사모펀드 인수의 대안으로 우리금융의 주요 자회사를 각각 따로 떼어내 파는 분리매각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일괄매각이 어렵다면 분리매각이 차선이라고 답한 남주하 서강대 교수를 포함하면 분리매각 찬성론자가 6명으로 늘어난다. 이들은 금융지주와 산업자본의 우리금융 인수가 막힌 상황에서 4조 원이라는 거액을 조달할 만한 투자자가 국내에 거의 없고, 10년 동안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아 공적자금 회수라는 민영화의 원래 목표도 크게 훼손됐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해법 마련은 쉽지 않아…” ▼
정치적 의사결정 필요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분리매각 때는 여러 금융회사가 모여 시너지를 내겠다는 지주회사의 존립 이유와 경쟁력이 훼손된다지만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하면 우리금융의 자회사 중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회사가 많지 않다”며 “이런 회사들이 우리금융 전체의 경쟁력 강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모든 방안에 장단점이 있지만 분리매각이 단점에 비해 장점이 가장 크다”고 했다.

현재로선 대안이 없으며, 다음 정권에 넘겨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전문가도 5명에 이르렀다. 산업자본이나 금융지주의 인수를 허용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한 전문가는 3명이었다. 강성진 고려대 교수는 “현행 법 체계에서는 민영화의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다”며 “법을 고쳐 산업자본이나 금융지주의 인수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우리금융의 민영화가 10년 넘게 지지부진한 가장 큰 책임을 정부에 돌렸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우리금융 민영화 3대 원칙, 즉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조기 민영화라는 목표는 상충될 수밖에 없고, 애초에 상충되는 목표를 설정한 이유가 민영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전문가 10명은 우리금융의 3가지 매각 원칙 중 가장 중시해야 할 항목으로 금융산업 발전을, 7명은 조기 민영화를 꼽았다. 모든 판단의 기준은 금융산업 발전에 맞춰져야 한다는 의견과 조기 민영화가 이뤄지면 공적자금 회수와 금융산업의 발전도 자연스레 뒤따르게 돼 있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한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민영화 방안에 대해서도 갑론을박이 있고 각각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결국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은 없다”며 “정치적 의사결정이 없으면 설사 이 문제가 다음 정권으로 이월된다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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