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의 양극화… 제품 날지만 서비스 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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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1일 03시 00분


2009년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가 전년보다 16개 늘어난 74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위 제품의 총 수출액도 2008년 942억 달러에서 2009년에는 1005억3000만 달러(약 106조 원)로 6.7% 이상 늘었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우리나라 수출은 물론 세계 교역규모가 주춤했던 때에도 한국산 세계 1위 품목들은 선전한 것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유엔상품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0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위 제품 74개 중 시장점유율이 전년보다 높아진 품목은 65개나 됐다. 특히 가정용 세탁기와 건조기 등의 점유율이 크게 확대됐다.

우리나라의 세계 1위 품목은 화학제품이 17개로 가장 많았다. 철강제품도 16개가 수출 1위 품목에 이름을 올렸는데 철강제품은 1위 품목이 전년보다 7개 늘어 가장 약진하는 모습이었다. 개발도상국에 추월당해 주춤했던 섬유 역시 14개 품목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수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반면 서비스 분야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수지는 1990년 이후 1998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줄곧 적자행진이다. 2009년 서비스수지 적자 규모는 66억 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중 우리보다 많은 적자를 낸 곳은 독일 일본 캐나다 등 6개 나라밖에 없다. 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서비스 교역액의 85.5%를 차지하는 운송, 여행, 지식재산권, 사업서비스 수지 중 유일하게 운송수지만 흑자를 보이며 5위에 올랐다.

성적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흑자를 많이 낸 순으로 여행서비스는 25위, 지식재산권은 31위, 사업서비스는 OECD 국가 중 꼴찌인 33위다. 그나마 5위를 차지한 운송부문은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일본, 중국 등 거대시장이 가깝다는 지리적 환경 덕이 크다.

OECD 국가 중 꼴찌인 사업서비스는 법률, 회계, 경영자문 분야를 뜻한다. 한마디로 기업의 경영을 돕는 활동인데 제품의 수요를 예측하는 여론조사와 판매를 촉진하는 마케팅처럼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서비스 활동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해외투자를 하면 할수록 오히려 이 부문의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워낙 사업서비스 경쟁력이 약하다 보니 해외투자에 나설 때 자국 서비스 대신 이 분야 선진국이나 현지 사업서비스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지식재산권 수지는 미국, 일본 등의 특허건수와 연구개발(R&D) 투자액 등에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범용생산기술 위주의 연구개발에서 벗어나 아무나 따라올 수 없는 고부가가치의 핵심 원천·소재 기술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늘리고 투자를 촉진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여행수지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한류와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열기를 관광상품에 연계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박준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가 처한 지리적, 자연적 요인은 바꿀 수 없지만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대외 환경을 바꿔 나가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서비스 분야와 상품 분야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발전하는 만큼 적극적으로 지원해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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