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근무하는 자재관리팀 주윤세 씨(48)는 요즘 동료들과 현대차 주가 이야기를 많이 한다. 2007년부터 파업을 하지 않을 때마다 회사에서 받은 주식으로 돈을 버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주 씨는 그동안 회사로부터 받은 주식 100주 중 60주는 100만 원 정도의 이익을 남기고 팔았지만 40주는 아직 가지고 있다. 보유 주식은 받았을 당시보다 주당 가격이 약 14만 원 올라 현재 560만 원 정도의 차익이 생겼다. 올해 초에는 많지는 않지만 배당금도 받았다.
현대정공과 현대차에서 24년을 근무한 주 씨는 “삼성, LG는 투쟁도 안하고 잘 받아내는데 우리는 만날 얻어터지고 실속도 못 챙긴다”며 “이제는 조합원 중 절반 정도는 파업 안하고 주식을 받아 실속을 챙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현대차 주식은 2007년보다 약 3배로 뛰었다.
노조가 파업을 하지 않으면 부장 이하 직원들에게 회사 주식을 지급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책이 일부 노동조합원의 회사에 대한 생각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과 노사분규의 대명사와도 같은 현대차와 기아차에 최근 파업이 뜸한 이유는 이러한 주식 지급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사내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파업을 했을 때 정규직 근로자들은 동조 여부를 놓고 투표를 했었다. 결과는 부결이었다. 주 씨는 “파업하고 차 안 만들면 주가도 떨어지고 주식도 못 받지만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회사도 장사 잘하면 모두 좋은 것 아니냐”며 “주식 지급 이후에 많은 노조원이 애사심도 더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회사가 주는 주식을 받은 직원들은 회사의 주가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파업을 하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주식에 기대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20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이 없었던 현대차는 부장급 이하 전 직원에게 지급일(10월 20일) 기준으로 7만100원이던 자사주 30주를 무상으로 지급했다. 모두 166만여 주로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데 든 비용은 1183억 원이었다. 2008년에는 파업이 있어서 주식을 지급하지 않았지만 2009년에 40주씩, 2010년에도 파업이 없어 30주씩을 직원들에게 무상으로 줬다. 현대차 주가는 계속 오르면서 매입비용은 2009년 2684억 원, 2010년 2445억 원이 됐다. 20일 종가 기준으로 현대차 주식은 23만4500원으로 올라 2007년 무상주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은 500만 원에 가까운 차익을 보고 있다.
기아차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파업이 없었던 지난해 직원들에게 자사 주식 120주를 무상 지급했다. 당시 4만7900원이던 기아차 주식은 20일 종가 기준 7만6000원으로 58.7% 올랐다. 현대차 관계자는 “무파업 시 주식을 지급하는 정책이 회사가 성장하고 주가가 급격하게 오르는 시기와 맞물려 직원들에게 큰 인센티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도 두 회사가 파업 없이 한 해를 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올해 현대차는 노조위원장 선거가 있는 데다 유급근로시간면제제도(타임오프)와 복수노조 등 노사 관련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2년에 한 번 하는 임금·단체협상을, 기아차는 매해 하는 임금협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현대차와 기아차는 요즘 차가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다. 노조가 파업을 하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회사 측은 올해도 무파업이 이어지면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눠줄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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