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대학생봉사단, 이천시 장호원읍 ‘IT 농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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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21일 03시 00분


태블릿PC 교육땐 “뭔 소리여”
트위터로 복숭아 팔자 “뭔 조화여”

KT의 IT 서포터스 소속 대학생 10명이 18일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복숭아마을을 찾아 할아버지들에게 모바일 기기 활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날 할아버지들은 복숭아를 트위터에 올려 직접 판매해 보기도 했다. KT 제공
KT의 IT 서포터스 소속 대학생 10명이 18일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복숭아마을을 찾아 할아버지들에게 모바일 기기 활용법을 알려주고 있다. 이날 할아버지들은 복숭아를 트위터에 올려 직접 판매해 보기도 했다. KT 제공
수은주는 섭씨 35도 가까이 올라 있었다. 마을회관엔 에어컨이 있었지만 고장 났다. 박찬재 씨(경원대 경영학과 4학년)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이 공책만 한 네모난 기계가 태블릿PC라고 하는 건데요. 이것만 있으면 인터넷도 하고 컴퓨터가 하는 일을 다 합니다”라고 열심히 설명했다.

18일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 풍계리. 맛 좋은 복숭아가 많이 나 ‘복숭아마을’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박 씨는 KT가 정보기술(IT)을 농어촌에 알리기 위해 운영하는 대학생 봉사단 ‘IT서포터스’ 활동에 참여해 이곳을 찾았다. 일종의 ‘IT 농활’인 셈이다. 복숭아 농사 일손도 돕고, IT가 이곳 농민들의 농업에 도움이 되도록 교육도 할 생각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대부분 60세 이상인 농민들은 단추를 풀어 헤친 모시 웃옷 사이로 부채질만 하며 ‘어흠’ 하는 헛기침만 했다.

태블릿PC에 이어 박 씨가 이번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뱅뱅 도는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무언의 항의였다.

○ 손주에게 할아버지를 보여주겠다

30분간의 이론 교육이 끝나고 ‘일대일 과외’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박 씨의 강의가 이어지는 동안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다른 대학생 10명이 각자 태블릿PC를 들고 시연을 시작했다. 곳곳에서 “와, 고것 참 신기하네”라는 말이 튀어나왔다.

농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은 건 지도와 날씨, 그리고 신문이었다. 정도헌 씨(67)는 ‘다음 로드뷰’ 앱(응용프로그램)에 반해 버렸다. 로드뷰는 풍계리 구석구석까지 차가 다니는 길이라면 모두 보여줬다. 정 씨는 “네 살 난 손주한테 할아버지가 어디서 살고, 무슨 일을 하는지 쉽게 알려줄 수 있겠다”며 마을 주변 도로를 계속 훑었다.

하루 날씨가 아닌 시간 단위의 날씨와 예상 강우량, 온도를 알려주는 날씨 앱도 “농사일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다들 신기해했다. 태블릿PC를 통해 신문을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정정헌 씨(60)는 동아일보 앱을 손으로 살짝 눌렀다. 커다란 화면에 뉴스가 가득 나오자 정 씨는 ‘와’ 하며 감탄했다. 그는 “이 기계가 있으면 돋보기안경을 꺼낼 일도 없겠네”라며 글자 크기를 키웠다 줄였다하는 기능을 계속 시험해봤다.

○ 트위터로 복숭아 팔기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트위터를 통해 실제로 복숭아를 판매하는 일이었다. IT서포터스가 아무리 트위터를 설명해도 농민들이 들을 생각조차 않자 즉석에서 “트위터로는 복숭아도 팔 수 있는데 해보실래요?”라고 제안한 것이다.

조금 전 태블릿PC를 직접 써보며 감탄했던 터라 농민들도 이번엔 적극적이었다. IT서포터스에게 오히려 “갓 수확한 월봉 복숭아 3상자가 있는데 홍보 차원에서 한 상자에 1000원씩 팔아보자”고 제안했다. 복숭아마을은 올해 9월 ‘복숭아축제’라는 지역 행사를 벌인다. 이 행사를 전국에 알리고 싶은데 트위터로 홍보만 할 수 있다면 복숭아 세 상자는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는 생각이었다.

오후 3시, 본격적인 ‘트위터 실습’이 시작됐다. 복숭아마을에서 그나마 가장 젊은 축인 이걸재 씨(49)가 마을 대표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 운영하기로 했다. 이 씨가 만든 트위터 계정은 ‘@jjhw2000’. 이 씨는 트위터 계정을 만들자마자 ‘친환경 인증과 GAP(우수농산물인증)를 받은 장호원 복숭아입니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런데 ‘삽시간에 퍼진다’는 트위터에 글을 썼는데 반응이 없었다. 실망하는 농민들에게 IT서포터즈들은 ‘팔로어’(트위터 글을 읽어주는 사람들)가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사였던 박 씨가 다시 나서 오후 3시 25분에 ‘KT IT서포터스입니다. 장호원 복숭아마을에서 복숭아 3박스를 특별히 박스당 1000원에 판매합니다’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러자 박 씨의 팔로어들이 리트윗(다시 트윗해 자신의 팔로어에게 보내는 것)하면서 급속히 퍼져나가 28분부터 29분까지 단 1분 만에 세 박스가 모두 팔렸다. 그 뒤로도 ‘지금 신청하면 너무 늦나요?’라는 트윗들이 계속 올라왔다.

농민들은 인터넷으로 복숭아를 팔려면 헐값에 내놓아야 한다고 여겨 ‘문명의 이기(利器)’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스마트폰이니, 태블릿PC는 관심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날 IT서포터즈들과 함께해 본 트위터 판매는 이런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걸재 씨는 “우리 마을에서 파는 복숭아는 한 박스에 3만3000원인데 이게 도매상을 거쳐 청과물시장에 진열되면 1만 원 이상 값이 오른다”며 “오늘처럼 트위터를 통해 팔면 중간 도매인 없이 소비자와 직거래해 소비자도, 우리도 더 큰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눈을 반짝였다.

IT서포터스는 농민들에게 ‘비법’이라며 한 가지 팁을 더했다. 박 씨는 “오늘 트위터로 복숭아를 산 사람들은 모두 저와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분들”이라며 “온라인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친구를 맺고 유명인과 친구가 되면 복숭아 홍보가 저절로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천=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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