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어닝 서프라이즈’ 中시장 삼키러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1일 03시 00분


4∼6월 순익 작년 2배 넘어

중국 최대 이통사와 제휴

애플이 또 실적 기록을 갈아 치웠다. 애플은 지난달 25일 끝난 2분기(4∼6월)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32억5000만 달러)보다 두 배가 넘는 73억1000만 달러(약 7조7486억 원)로 집계됐다고 19일 발표했다. 주당 순이익은 7.79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51달러의 두 배를 넘었다. 매출액도 285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157억 달러)에 비해 82% 증가했다.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성장을 이끈 건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은 2분기에만 2034만 대의 아이폰, 925만 대의 아이패드를 팔았다. 특히 아이패드 매출(60억460만 달러)은 애플의 ‘맥’ 컴퓨터 매출(51억500만 달러)도 뛰어넘었다. 1976년 애플 창업 이래 35년간 팔아오던 주력 상품이 판매된 지 1년 남짓한 신제품에 추월당한 셈이다.

애플은 실적 발표 후 나스닥시장의 시간외거래에서 6% 넘게 상승하면서 처음으로 주가가 주당 400달러를 넘어섰다. ‘애플 효과’는 지구촌 증시의 상승세도 견인했다. 19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02.26포인트(1.63%) 오른 12,587.42로 거래를 마감해 지난해 12월 1일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주가도 정보기술(IT)주들이 크게 오르면서 10,000 선을 재탈환했다. 한국의 코스피도 전기전자업종이 3% 뛰면서 2,150 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2분기 애플은 62%의 매출을 미국이 아닌 해외 시장에서 벌었다. 앞으로 이 비율은 훨씬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바로 중국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과 손잡고 중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애플의 2인자’로 불리는 팀 쿡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중국 1위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본사를 방문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차이나모바일은 가입자가 6억 명이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통신사다.  
▼ 삼성-애플, 中서 격돌 불가피 ▼

애플이 차이나모바일에 아이폰을 공급하면 또 한 번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이미 2009년부터 중국 2위 통신사인 차이나유니콤을 통해 아이폰을 팔아왔지만 이 회사의 가입자는 2억 명에 못 미친다. 쇼 우 스턴에이지 애널리스트는 “중국은 애플의 최대 수요처로 떠오를 것”이라며 “애플이 드디어 중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 국내 업체에 미칠 영향

애플이 본격적으로 중국을 공략하면 국내 업체에도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놓고 노키아와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는 반면 노키아는 중저가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모두 20%대에서 오르내리고 있고,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9% 수준에 머물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애플의 본격적인 중국 공략으로 피해를 보리라는 우려에 대해 “삼성전자만의 경쟁력이 있다”고 잘라 말했다. 중국 시장은 다른 나라와 달리 유통업체의 입김이 큰 시장인데 삼성전자가 이 유통망에 대한 노하우가 있고 중국에서 생산부터 판매까지 일괄 진행하는 조직도 갖췄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미 중국 시장에 앞서 진출한 노키아와 삼성전자 같은 선발업체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가 장점”이라며 “애플은 늦게 진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미국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1월 병가를 낸 이후 애플의 일부 이사가 잡스의 후임자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으나 잡스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생각한다”는 e메일을 이 신문에 보내며 이를 부인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애플의 최대 리스크를 CEO인 스티브 잡스의 건강이라고 보고 있다.

애플의 지분 5%를 갖고 있는 주요 주주인 빅토리캐피털매니지먼트의 에릭 마로낙 최고투자책임자는 “결국 공은 잡스에게 돌아간다. 그의 역할과 건강이 관건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18일에 있었던 애플 투자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는 어떤 애널리스트도 잡스의 건강에 대한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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