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이 19일 이탈리아 프리미엄 잡화 브랜드 ‘만다리나덕’을 인수한다고 밝힌 데 이어 아모레퍼시픽이 20일 프랑스 명품 향수 브랜드 ‘아닉 구탈’ 인수에 합의하는 등 국내 기업의 해외 명품회사 인수합병(M&A)이 잇따르고 있다. 이랜드그룹과 아모레퍼시픽은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유럽 시장에 진출하는 한편 중국 고급소비시장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진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생산시설 등 인프라는 훌륭한 반면 브랜드 이미지 등 ‘무형 자산’이 부족한 국내 기업들이 중국 같은 신흥 시장의 고급 소비자 공략을 위해 유럽산 브랜드를 선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포트폴리오 내 고급 브랜드 카테고리를 강화하기 위해 이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이 브랜드로 현재 집중 육성 중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1993년 선양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중국에 본격 진출한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1분기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24% 성장한 778억 원이다. 이 가운데 중국 사업 매출은 전체 해외 매출의 57%인 44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성장했다. 해외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 14%를 차지한다.
금융부채를 포함한 약 700억 원에 ‘만다리나덕’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이랜드그룹 역시 이 브랜드를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는 동시에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신흥시장 공략에 적극 활용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유럽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판권도 최근 잇따라 국내로 넘어오고 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더딘 회복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럽 패션회사들과 아웃도어 사업군을 확대하려는 국내 패션회사들 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올해 초 ‘코오롱인더스트리FnC’가 오스트리아 스포츠 브랜드 ‘헤드’의 국내 상표권을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헤드’가 브랜드를 넘기게 된 데는 매출 감소 등에 따른 자금난이 작용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인 ‘에델바이스’는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밀레’에 대한 한국 및 중국 지역 상표권을 2009년 사들였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앞으로 인수합병뿐 아니라 컨소시엄, 조인트벤처 등 다양한 형태로 해외 고급 브랜드 도입에 뛰어들 국내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 관리 노하우가 없는 회사라면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려 예상만큼의 수익률을 거두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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