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삼성-미래에셋 ‘1700억 임대 전쟁’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2일 03시 00분


445억 할인 vs 318억 할인+α… “SK건설 모셔라” 최고위층까지 나서 파격혜택 제시

1700억 원짜리 초대형 빌딩 임대계약을 놓고 ‘삼성’과 ‘미래에셋’이 격돌했다. 국내 최대 부동산관리회사인 삼성에버랜드와 부동산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미래에셋그룹이 사옥을 옮길 SK건설을 서로 끌어들이기 위해 임차료를 300억∼400억 원씩 깎아주는 출혈경쟁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그룹의 최고위층까지 발 벗고 나서는 등 사활을 건 임차인 유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하거나 투자한 약 560만 m²(170만 평) 규모의 부동산을 관리하며 국내 상업용 부동산관리업계의 최강자로 자리 잡았다.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앞세운 미래에셋은 대체투자를 담당하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을 통해 대형 빌딩을 줄줄이 사들이며 금융시장에 이어 부동산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두 회사가 맞붙게 된 것은 본사 사옥 이전을 준비하고 있는 ‘SK건설 모시기’에서 시작됐다. SK건설은 약 4000명의 임직원이 입주하는 ‘대어(大魚)급’ 임차인. 두 회사가 내건 조건으로 5년간 SK건설에 임대되면 총 임대료만 1670억 원 안팎에 이른다.

삼성에버랜드는 작년 말부터 청계천변 서울 중구 수표동의 ‘시그니쳐타워’에 SK건설을 유치하려고 공을 들여왔다. 6월 말 준공된 시그니쳐타워는 총면적 10만 m² 규모의 대형 빌딩으로, 삼성에버랜드가 위탁관리를 맡고 있으며 계열사인 삼성생명도 투자해 지분 27.5%를 갖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삼성 측과 SK건설이 입주를 위한 세부 계약사항 협의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시그니쳐타워 인근에서 다음 달 완공하는 ‘미래에셋타워’를 소유한 미래에셋이 뒤늦게 뛰어들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미래에셋타워는 중구 을지로2가에 들어서는 총면적 13만 m² 규모의 건물 2개동 중 미래에셋맵스가 사들인 1개동이다.

이에 삼성에버랜드는 SK건설에 5년 임차에, 25개월치 임차료를 무료 제공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현금으로 따지면 445억 원을 할인해준 것. 그러자 이번엔 미래에셋이 318억 원 상당에 이르는 5년 임차에 17개월 무료 조건을 내걸었다. 여기에다 미래에셋의 박현주 회장이 최창원 SK건설 부회장의 형인 최신원 SKC 회장을 직접 만나 “향후 미래에셋이 신축하는 건물공사를 SK 측에 밀어주겠다”는 ‘빅딜’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 도심 공실률 13.5%, 세입자 확보 ‘별따기’… 앞으로가 더 문제

두 회사를 저울질하고 있는 SK건설은 다음 주쯤 입주 건물을 확정할 계획이다.

양측이 이처럼 이전투구식의 출혈경쟁도 마다하지 않는 것은 서울 도심 오피스빌딩 시장에 공급이 넘치면서 임차인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기 때문이다. 부동산컨설팅회사 세빌스코리아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서울 도심에서 연면적 3만 m²가 넘는 대형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13.5%에 이른다. 2분기 연속 13%를 웃도는 것으로 2%대에 불과한 여의도, 강남 지역과는 딴판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만 해도 1%대에 그쳤던 도심 공실률은 도심재개발 사업으로 대형 빌딩이 한꺼번에 신축되면서 치솟았다. 올 들어서만 중구 ‘농협중앙회 신관’ ‘스테이트 남산’, 서대문 ‘웨스트게이트타워’ 등 20층 이상 대형 빌딩이 줄줄이 완공됐다. 부동산관리업계 관계자는 “공급이 몰리면서 도심 오피스빌딩은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고 있는데 삼성, 미래에셋 같은 대기업이 2년 임대료 할인을 앞세워 이전투구의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도심의 빈 사무실이 더 늘고, 임차인 유치가 훨씬 힘들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동산자산관리회사 교보리얼코에 따르면 3월 말 현재 790만 m² 규모의 오피스빌딩이 있는 도심에서 2015년까지 150만 m²의 신규 빌딩이 공급될 예정이다. 세빌스코리아의 홍지은 상무는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임대 무료 기간을 늘리고 관리비 면제, 이주비용 지원 같은 파격 혜택이 더 쏟아질 것”이라며 “신규 빌딩뿐 아니라 기존 건물까지 임차인 유치전에 뛰어들면 임대 경쟁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