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한채에 세가족 살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2일 03시 00분


주인부부+多가족 동거 형태 늘어

《서울 성북구 동선동 105m²형 아파트에 사는 30대 주부 A 씨는 두 달 전 세 개의 방 가운데 하나를 월세로 내놨다. 2년 전 장만한 아파트 융자금 상환 부담 때문이었다. 전세금은 올랐지만 집값은 오히려 떨어져 팔 수도 없었다. ‘보증금 없이 월세만 50만 원’ 조건으로 20대 후반의 학원 강사가 세입자로 들어왔다. 현재 A 씨와 남편, 세 살배기 아이는 욕실 딸린 안방을 쓰고 화장실과 세탁실 등은 세입자와 함께 사용한다. A 씨는 방 하나를 정리해 세를 더 놓을 예정이다.》
민간 건설사들도 최근 중대형 규모 아파트에 화장실 욕실 부엌 출입문 등의 시설물을 여러 가구가 나눠 쓸 수 있는 ‘신평면’을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평면 설계 단계에서부터 아파트 한 채의 일부를 임대용으로 쓸 수 있도록 ‘부분 임대’를 고려한다는 얘기다. 장기화되는 전·월세난에 적응하려는 이런 주거 형태가 뿌리를 내릴지 주목된다.

전세난과 부동산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아파트 한 채에 여러 가구가 같이 사는 ‘한 지붕 다가족’이 늘고 있다. 유형도 아파트 한 채에서 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며 사는 ‘동거형(일명 하우스메이트)’에서 아파트 시설 일부를 아예 분리해 세를 놓는 ‘부분임대형’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자영업을 하는 김재일 씨(30)는 최근까지 서울 외곽에 위치한 전용면적 105m² 복층 아파트에서 7, 8명의 세입자와 ‘한 지붕 살림’을 했다. 1, 2명이 방 한 개씩 6개의 방을 나눠 사는 방식으로 보증금 없이 월세 30만 원을 냈다. 김 씨는 “사생활이 노출되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일반 고시원과 비슷한 가격에 서너 배 큰 방을 쓸 수 있어서 불편함을 참을 만했다”고 말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하우스 메이트와 부분임대는 최근 서울 역세권과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로 번지고 있다. 보증금이 낮고 월세 부담도 적은 게 장점. 최근 전세난이 장기화면서 40, 50대 3∼4인 가구도 늘고 있다.

최근 민간 건설사들은 중대형 평형을 중심으로 부분임대가 가능한 ‘가구분리형’ 평면을 내놓고 있다. 설계 단계부터 욕실과 부엌, 현관을 따로 두고 전기와 수도도 개별 설치한다. 작년 말 동부건설은 서울 중앙대 근처 흑석뉴타운에 전용 84m² 중 34채를 부분임대 평형으로 선보였고, GS건설도 같은 지역에 일부 가구를 부분임대용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부분임대 아파트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성신여대 주변 돈암6구역과 숙명여대 일대 청파1구역 등 주택재개발 지역 일부 가구에 부분임대 아파트를 짓기로 각 재개발조합과 합의했다. 앞서 이화여대(대흥동)와 서강대(현석동) 일대 등에도 공급하기로 해 2015년까지 대학가 일대에 들어설 부분임대 아파트는 500채가 넘는다. 국토해양부도 최근 전용면적 85m² 초과 아파트 일부 공간을 30m² 이하로 분할해 사용·임대할 경우 주차장 등을 1가구 기준으로 적용하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한지붕 다가족 주거형태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린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가구가 느는 만큼 중소형 주택이 필요했지만 지금까지 중대형 아파트만 과잉 공급됐다”면서 “아파트 부분임대는 소형주택 전세금이 오르자 단독으로 집을 구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만든 주거형태로 정부 정책 실패가 주거의 질을 떨어뜨린 사례”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선진국의 ‘셰어하우스(share house)’처럼 주거문화의 변화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순주 건국대 건축대학 교수는 “소형주택 선호나 공동주거의 증가는 집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가족 개념이 해체되면서 이를 대신할 새로운 공동체를 찾는 과정의 일부로도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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