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다른 기업이 따라할 수 없는 ‘아레테’ 찾아라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7월 22일 03시 00분


호메로스-키케로-미켈란젤로 ‘眞善美의 삶’

인문학은 문제에 대한 모범 답안을 직접 제시하기보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방법을 알려준다. 경영자들의 현실 적응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줌으로써 의사 결정의 질을 높여준다는 데 인문학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 DBR그래픽
인문학은 문제에 대한 모범 답안을 직접 제시하기보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과 방법을 알려준다. 경영자들의 현실 적응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줌으로써 의사 결정의 질을 높여준다는 데 인문학의 진정한 가치가 있다. DBR그래픽
인문학은 ‘인간에 대한 학문’이다. 모든 학문은 역사가 깊어질수록 연구 방법론이 경직된다. 기존 이론에 대한 유연한 해석이나 혁신적인 접근은 연구의 엄밀성을 유지하려는 전문가 집단에 의해 좌절된다. 이처럼 학계의 경직성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학문은 이른바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한다. 지금의 인문학 열풍은 경직된 전문가 집단의 인문학 연구에 대한 반발이란 측면도 있다.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는 이 시대에 진정으로 인문학이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이고 어떤 교훈을 주는지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가 진단한다. 시공을 초월한 인문학적 성찰의 기본 정신인 ‘탁월한 진선미(眞善美)의 삶’을 통찰한 이 글의 원문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86호(8월 1일자)에 실려 있다.

○ 그리스 시대(眞) 호메로스의 인문학-나는 누구인가

그리스의 서사시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10년 트로이전쟁을 마치고 또 다른 10년간 온갖 고난을 극복하며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영웅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다. 오디세이아는 이렇게 시작한다. “들려주소서, 무사 여신이여! 트로이의 신성한 도시를 파괴한 뒤 많이도 떠돌아다녔던 임기응변에 능한 그 사람의 이야기를!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시들을 보았고, 그들의 마음을 알았으며 바다에서는 자신의 목숨을 구하고 전우들을 귀향시키려다 마음속에서 많은 고통을 당했습니다.”(제1권 1-5절)

호메로스는 첫 구절부터 오디세우스를 강인한 영웅으로 묘사하기보다 마음속에서 많은 고통을 당하는 존재라고 밝혔다. 세상의 모든 리더는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다. 높은 지위에 올라갈수록 그 고통이 깊어진다.

리더는 또한 고통을 묵묵히 견디는 사람이다. 더 철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하고 솔선수범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혹사시켜야 한다. 이때 오디세우스는 세이렌의 유혹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돛대에 꽁꽁 묶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을 해야 한다. 호메로스가 내린 결론은 ‘우리는 고통을 견뎌야 하는 사람’이란 사실이다. 진실로 참된 인간이 되려면 ‘고통을 견뎌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호메로스 인문학의 요체다.

○ 로마 시대(善) 키케로의 인문학: 내가 지켜야 할 의무는 무엇인가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던 키케로는 ‘의무론’을 통해 인간이 지켜야 할 사회적 의무가 무엇인지 고민했다. 키케로는 정의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 세 가지 원칙을 지키라고 요구한다. 자신을 해치지 않는 이상 남을 해치지 말 것, 공공물은 공공을 위해 사용할 것, 개인의 사유물은 자신을 위해 사용할 것 등이다. 이른바 ‘정의로운 사회’란 남의 것을 탐내지 않고 자기 것에 만족하는 것에서 출발하며, 계약한 것은 반드시 지키는 자세에서 완성된다.

키케로는 남을 돕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설명했다. 정의로운 사회는 강자가 초법적으로 군림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자가 약자를 돌본다. 이런 사상을 담고 있는 아래 구절은 키케로의 ‘의무론’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자에게 친절하게 길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마치 자신의 등불로 다른 사람의 등에 불을 붙여주는 것과 같다. 남에게 불을 붙여줬다고 해서 자신의 불빛이 덜 빛나는 것은 아니다.”(1:51)

○ 르네상스 시대(美) 미켈란젤로의 인문학: 나는 어떤 아름다움의 흔적을 남길 것인가

르네상스 시대는 아름다움에 대한 찬미의 시대였다. 미켈란젤로가 20대 후반에 완성한 걸작 ‘다비드’상을 보자. 5m가 넘는 거대한 순백(純白)의 대리석에 미켈란젤로는 생명을 불어넣었다. 차가운 대리석 표면에 온기가 돌고 깊이 파인 눈에서는 광채가 뿜어 나온다. 예술사가들이 “조각이란 장르는 이 작품으로 끝이 났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탁월하다.

미켈란젤로는 아레테(Aret ̄e·탁월함)를 추구했다. 놀라운 것은 그가 인간이 이룩할 수 있는 아레테의 최고봉에서 역설적으로 ‘인간의 한계’를 깨달았다는 사실이다. 정상에 올라 본 사람만이 그 산(山)의 전모를 아는 것처럼 미켈란젤로는 아름다움의 극단에서 인간의 한계를 발견하고 겸허하게 삶과 죽음을 성찰했다.

미켈란젤로 ‘다비드상’
미켈란젤로 ‘다비드상’
미켈란젤로가 그린 ‘최후의 심판’ 앞에서 작품을 주문했던 교황 바오로 3세가 무릎을 꿇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교황조차 ‘최후의 심판’ 앞에서 참회의 시간을 가질 정도로 최고의 작품을 만든 것이다. 이 작품에 그려진 미켈란젤로의 자화상은 더 충격적이다. 한 선지자의 손에 들려 있는 미켈란젤로의 흉측한 모습이 살가죽만 남은 시신으로 묘사됐다. 교황까지 고개를 숙이게 한 위대한 작품을 그린 예술가가 왜 자신을 이렇게 표현했을까. 이 그림을 그린 자신도 결국 최후의 심판을 피하지 못한다는 회한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름다움의 극단까지 올라갔던 미켈란젤로는 결국 자신도 죽음 앞에서 무기력한 존재일 뿐이라는 사실을 자각했다.

우리 모두는 죽음이란 최후를 맞이한다는 게 인문학적 성찰의 마지막이다.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는데 우리는 어떤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이 다했을 때 뒤에 남게 될 인생의 무늬는 진정 아름다울 것인가 아니면 추할 것인가.

김상근 연세대 신과대학 교수  
정리=김남국 기자 march@donga.com  

비즈니스 리더를 위한 고품격 경영저널 동아비즈니스리뷰(DBR) 86호 (2011년 8월 1일자)의 주요 기사를 소개합니다.

DBR 웹사이트 www.dongabiz.com, 구독 문의 02-2020-0570

벤치마킹, 그냥 따라라?… 경영사례 베스트40

▼DBR Case Essentials


‘비수기에도 고객을 유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상권의 범위가 좁고 입지마저 열악한 영업점은 어떻게 생존해야 할까?’ ‘쟁쟁한 프리미엄 브랜드가 즐비한 시장에서 시장 개척자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인가?’ ‘벤치마킹, 그대로 따라 하기만 하면 되는 걸까?’
여름 휴가철을 맞아 독자들을 위해 DBR가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2008년 1월 첫 호 발간 후 3년 반 동안 DBR에 실린 수많은 경영 사례 중 40개를 엄선했다. 마케팅, 전략, 인사조직, 운영관리 등 각 분야별로 기업 실무자들이 부닥치는 고민과 그에 대한 솔루션을 Q&A 형식으로 요약했다. 역경과 고난을 극복한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새로운 영감과 통찰을 얻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자본주의 위기 해결방안 ‘공유가치 창출’

▼ Harvard Business Review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곤경에 처한 자본주의에 돌파구를 마련해줄 새로운 해결책으로 ‘공유 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이란 개념을 제시했다. 공유 가치는 사회 발전과 기업의 경제적 이익 창출이 양립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에 대한 신뢰가 추락함에 따라 경제 발전과 성장을 방해하는 정책들이 양산되는 현 시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글이다. 이미 창출한 가치를 재분배하는 데 주력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수준을 넘어 CSV는 경제사회적 가치 총량의 확대를 주장한다. 공유 가치를 창출하기 위한 세 가지 구체적 대안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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