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을 일반 자동차 모는 것에 비유한다면 한국기업을 경영하는 건 포뮬러1(F1) 머신을 운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원하는 곳으로 굉장히 빠르게 데려다줄 수 있지만 그만큼 정신 차리고 조종해야 합니다.”
장마리 위르티제 르노삼성자동차 사장(60)은 한국에 새로 진출하는 외국 기업인을 만나면 이 이야기를 꼭 해준다. 한국인은 열정적이고 역동적이어서 액셀러레이터를 조금만 밟아도 확 나가지만 조종을 잘하지 않으면 말을 잘 듣지 않고 쉽게 도로를 벗어나는 F1 머신 같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가 실수하면 여파가 크다는 뜻이다. 그는 한국기업의 사장이 되려면 “귀는 열고, 입은 닫고, 매사를 결단력 있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9월 1일자로 프랑스 르노그룹으로 돌아가는 위르티제 사장을 22일 서울 중구 봉래동 르노삼성차 사무실에서 만나 외국인으로서 5년 반 동안 한국 기업의 CEO로 있으면서 느낀 소회를 들어봤다. 그는 “아직 (르노그룹에서) 어떤 일을 맡았는지 말할 순 없지만 승진하는 것은 분명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웃으면서 얘기를 시작했다.
위르티제 사장은 2006년 2월 사장을 맡은 뒤 지금까지의 변화에 대해 “한국은 더 개방됐고 더 국제화됐으며 무엇보다도 더 여유로워졌다”며 “이러한 여유로움에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본래의 자신감이 더해져 세계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 산업에 대해서는 품질과 기술, 디자인이 지난 10∼15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평했다. 하지만 중소기업 홀대 문제는 큰 위협요소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 격차,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기업의 중소기업 압박은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며 “갈수록 평등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바꿔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의장이자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자문위원이기도 한 그에게 한국정부의 기업정책에 대해서도 물었다. 그는 “모든 정부가 그렇지만 한국정부도 산업적인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기업을 조종하기 위한 정책으로 흐르는 때가 많다”며 “일정한 틀 안에서 기업의 자율권을 보장해줘야지 기업을 좌지우지하려는 시도는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재임기간의 실적에 대해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하고 떠난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르노삼성차는 9년 연속 고객만족 1위를 달성했고 위르티제 사장은 모든 라인에서 새 모델을 내놓았다. 2005년 11만8000대였던 판매대수는 지난해 27만7000대로 늘었다.
프랑스인답게 23일부터 3주간 여름휴가에 들어가는 위르티제 사장은 8월 말 프랑수아 프로보 후임 사장과 함께 입국해 인수인계를 한 뒤 9월 1일 이임식을 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는 “한국에서는 휴가를 가도 가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휴가를 가도 e메일을 체크해야 하고 전화가 오기 때문이다. 그는 “F1 머신의 운전대에서 손을 떼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유”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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