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그룹 계열 중견기업인 서울통신기술은 ‘삼성’ 브랜드를 단 차량용 내비게이션을 선보이며 파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폈다. 다른 회사에서 만든 것이라도 중고품을 가져오면 41만9000원짜리 3차원(3D) 내비게이션을 거의 절반 값(23만9000원)에 보상 판매하고 고장이 나면 삼성전자 애프터서비스센터에서 수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연간 6000억 원대로 추산되는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은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각축전을 벌여왔다. 그러나 모(母)기업의 탄탄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서울통신기술이 기존 시장을 흔들어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기업 계열 비상장 중소기업들이 모기업의 지원을 바탕으로 손쉽게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30대 대기업 계열 중소기업은 155개(종업원 수 300인 미만)에 이른다.
동아일보가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와 함께 30대 대기업 계열 중소기업 80곳과 일반 중소기업 3100곳(대기업 납품업체 1700곳, 중소기업 납품업체 1400곳)을 비교 분석한 결과 대기업 계열 중기는 연구개발(R&D) 투자액이 일반 중기의 절반에 그쳤지만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32.7%나 높았다.
대기업 계열 중소기업의 지난해 평균 영업이익률은 6.49%였다. 매출액이 1억 원이라면 649만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얘기다. 반면 일반 중소기업 중 중소기업에 납품하는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5.25%, 대기업에 납품하는 업체는 4.89%에 그쳤다. 똑같이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소기업이라도 대기업 계열이면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32.7% 높았다.
2007∼2010년에 일반 중소기업은 6%대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올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특히 글로벌 경제위기 여파가 미친 2009∼2010년 일반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상당 폭 줄어든 반면 대기업 계열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9년 5.61%에서 이듬해 6.49%로 늘어났다.
이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 계열인 한덕화학은 지난해 매출액 524억6300만 원 가운데 계열사 물량이 315억2600만 원으로 약 60%에 달했다. CJ 계열인 CJ씨푸드는 지난해 매출액(1110억8300만 원) 중 80.7%(896억3600만 원)가 계열사 내부거래에서 나왔다. 이들이 일반 중소기업에 비해 장사를 손쉽게 한 것은 연구개발비를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해 대기업 계열 중소기업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0.44%로 일반 중소기업(0.88%)의 절반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기술개발에 소극적이었는데도 오히려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묘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조봉현 기업은행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대기업 계열 중소기업은 계열사 중심으로 판로(販路)가 이미 확보돼 있는 데다 모기업의 연구개발 성과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개발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중소기업계에선 대기업들이 기존 거래처의 신기술 제품을 납품받으며 해당 기술을 확보한 뒤 이를 계열 중소기업에 넘기고 거래를 끊는 ‘기술탈취’ 현상이 아직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리정보시스템(GIS) 개발 중소업체인 A사는 최근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급조한 중소기업 등에 50여 명의 개발인력을 빼앗겼다. A사 대표는 “대기업에 파견된 해당 직원들이 관련 기술을 유출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올 상반기 매출액이 절반이나 줄었다”며 발을 굴렀다.
상황이 악화되자 공정위는 최근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막기 위해 ‘기술자료 제공 요구·유용행위 심사지침’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이 지침은 대기업이 압력을 행사해 중소기업 기술을 이전받은 뒤 다른 중소기업에 넘기거나 중소기업과 공동기술개발을 한다는 것을 빌미로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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