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1000억 원의 기금을 출연해 우수한 기술력이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지원에 나선다. 기존의 자사 협력업체에 대한 일방적이거나 일시적인 지원 정책에서 한 걸음 나아가 협력사가 아니더라도 유망 기업을 발굴해 기술 개발비를 지원하고 성과를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25일 서울 강남구 팔래스호텔에서 지식경제부, 삼성전자협력사협의회, 혁신기술협의회 등과 함께 ‘연구개발(R&D)성과공유 투자’ 협약을 체결하고 8월에 대·중소기업협력재단에 1000억 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대기업이 직접 출연 방식으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사례는 처음이다. 종전에는 은행과 함께 상생펀드 등을 만들어 저금리로 대출이 이뤄지게 하는 방식으로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는 기업이 많았다.
1000억 원의 기금으로 삼성전자는 특화된 기술이 있지만 개발자금이 부족한 국내 중소, 중견,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신기술 개발 공모제’를 열 계획이다. 공모 분야는 설비 및 핵심부품의 국산화, 신소재 개발과 같이 단기간에 상용화가 가능한 ‘단기 과제’와 차세대 통신, 친환경소재, 신기술 정보기술(IT) 부품 등의 ‘중장기 과제’ 등 2가지로 나뉜다. 삼성전자와 거래 여부는 상관이 없다.
공모된 제안은 신기술 내용과 기술 개발력을 고려해 지원 대상을 선정하며 신기술 개발비의 70% 내에서 최대 10억 원까지 지원할 방침이다. 전략적으로 필요한 경우에는 지원 한도도 탄력적으로 늘릴 수 있다. 공모에 선정된 기업에는 자금뿐 아니라 인력 및 기술도 지원해 공동개발을 추진하고 특허를 취득하면 공동보유할 방침이다. 또한 삼성은 개발한 기술이 상품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거래협력사로 선정해 중소기업의 판로를 뚫어줄 계획이다.
협약식에 참석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공모제는 기술과 아이디어는 있으나 자금이 부족해 기술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들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기술개발기금 지원으로 ‘유망기업 발굴→기술개발비 지원→공동개발 및 육성→거래성과 공유’까지 원스톱 토털 패키지로 동반성장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번 협약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신기술 개발이 촉진될 것”이라며 “이러한 상생협력 움직임이 다른 기업들까지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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