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에 때 아닌 인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공석인 재정부 복권위원회 사무처장(국장급) 공모가 진행 중인데 이 자리를 7, 9급 공채로 들어온 이른바 비고시 출신에게 문호를 열기로 내부방침이 정해졌기 때문입니다.
매년 행정고시 상위합격자들이 줄 서 들어오는 재정부지만 비고시 출신의 그늘은 짙습니다. 재정부 사무관(5급) 중 비고시 출신은 47%에 달하지만 서기관(4급)은 7%에 불과하고 고위공무원단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고시 출신들이 워낙 끈끈하게 서로 챙겨주다 보니 비고시 출신은 인사 때마다 불이익을 받습니다.
이 때문에 비고시 출신의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어느 직장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공직사회만큼 승진에 대한 열망이 강한 조직도 드뭅니다. 특히 고위공무원단은 우리나라 전체 공무원 97만9583명 중 1485명(0.15%)에 불과한 만큼 ‘가문의 영광’이 따로 없습니다. 벌써부터 A 과장이 하마평에 오른다느니, 외부에 파견나간 B 과장이 유력하다느니 하는 ‘카더라’ 소문이 퍼질 정도입니다.
이번에 비고시 출신이 발탁되면 2008년 재정부 출범 이후 최초의 비고시 고위공무원이 탄생하게 됩니다. 재정경제부 시절인 2004년에 9급 출신인 이종규 현 외환은행 감사가 세제실장이 되기도 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불과했습니다. 최근 대기업, 금융권을 중심으로 고졸 채용바람이 불고 있고 공공기관도 전문계고 출신을 채용할 움직임을 보이는 등 ‘공정 인사’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큽니다. 차별 속에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7, 9급 출신 공무원이 이번 인사를 계기로 조금이나마 힘을 얻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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