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재벌 총수들의 그룹 장악력이 20년 만에 가장 세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직접 소유한 지분은 평균 1% 남짓으로 줄었지만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50%가 넘는 지분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오너의 그룹 지배력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28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1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상위 10개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은 53.5%로 1992년 처음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대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은 1992년 47.8%였다가 외환위기를 거치며 45% 선 밑으로 하락한 뒤 꾸준히 상승했다. 내부지분은 그룹 전체 지분 가운데 총수와 일가, 계열사 임직원 및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총수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반면 10대 대기업집단의 총수가 가진 지분은 1992년 4.2%에서 외환위기를 거치며 급격히 떨어져 올해는 1.1%에 머물렀다. 1%를 약간 넘는 지분으로 자산 수십조 원의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10대 그룹을 포함해 자산규모 5조 원 이상으로 총수가 있는 38개 대기업집단의 총수 지분은 2.23%, 내부지분은 54.2%로 나타났다. 또 38개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1364개 가운데 총수 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는 62개사(4.55%)인 반면 총수일가 지분이 전혀 없는 계열회사는 949개(69.6%)에 달했다. 대기업 계열사의 70% 정도는 총수들이 지분을 전혀 갖지 않은 채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도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이유는 계열사들이 순환출자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 현대차, 롯데, 현대중공업, 한진 등 16개 기업집단이 순환출자 구조가 형성돼 있다. 예를 들면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 삼성전기 삼성SDI→삼성에버랜드로,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출자 구조를 갖고 있다.
박인규 공정위 기업집단과장은 “계열사들이 자금을 출자해 다른 계열사를 설립하거나 인수합병(M&A)으로 대기업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총수와 일가의 지분은 줄어든 반면 계열사들이 순환출자를 통해 보유한 지분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총수와 총수 일가의 지분이 가장 많이 감소한 기업은 효성으로 1년 전보다 3.58%포인트 줄었고 이어 동양(―3.02%포인트), CJ(―2.32%포인트) 순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부영(16.15%포인트), 신세계(2.74%포인트)는 총수 일가의 보유 지분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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