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시공능력평가… 건설사 ‘빅5’구도 7년만에 깨졌다

건설사 시공능력평가에서 포스코건설이 처음으로 ‘빅5’로 올라섰고 대우건설은 6위로 밀려났다. 2005년부터 이어지던 국내 5대 메이저 건설사의 구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부동산경기의 장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주택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중견 건설사들은 ‘날개 없는 추락’을 이어간 반면 대기업그룹 계열의 건설사들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약진했다.

시공능력평가는 건설사 공사실적과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합산해 매년 공시하는 제도로 정부에서 발주하는 공공공사의 입찰참여 기준으로 활용되며 해외공사 수주 때도 사업수행능력을 판단하는 기초가 된다.

○ 현대건설 3년 연속 1위

국토해양부는 전국 5만4000여 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올해 시공능력을 평가한 결과 현대건설이 시공능력평가액 11조1201억 원으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28일 밝혔다. 삼성물산이 10조2132억 원으로 2위를 지켰고 GS건설이 8조5186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번 평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의 자리바꿈이다. 2005년부터 굳어졌던 ‘현대-삼성-GS-대우-대림산업’의 빅5 구도가 7년 만에 깨진 것. 2006∼2008년 3년간 1위를 지켰던 대우건설은 2006년 말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팔린 뒤 2009년에 다시 매물로 나오면서 2009년 3위, 2010년 4위로 내려앉더니 결국 빅5 밖으로 밀려났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온갖 인수합병(M&A)에 시달리면서 대우건설이 제대로 된 영업활동을 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측은 “작년 말 산업은행 인수를 앞두고 잠재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내 36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순위가 떨어졌다”며 “올 들어 수주활동은 물론이고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있어 다시 5위권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작년까지 줄곧 6, 7위를 맴돌던 포스코건설이 올해 대우건설과 대림산업을 제치고 4위로 올라선 것은 포스코그룹의 공사 물량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회사 측은 “주력사업인 철강플랜트 외에 에너지, 신도시개발, 토목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하고 중남미 지역 등 미개척 시장에 진출한 덕분”이라고 자평했다.

○ 서브원, 에버랜드 등 급성장

중견 건설사 중에도 대기업그룹 계열사로 그룹 공사물량을 독차지하며 성장한 곳이 많았다. LG그룹의 소모성자재 구매대행(MRO) 계열사로 최근 ‘일감 밀어주기’ 논란을 빚은 서브원은 그룹 건설공사를 맡으면서 지난해 처음 73위에 이름을 올린 뒤 올해 무려 21계단 상승한 52위를 차지했다.

건설사 관계자는 “옛 LG건설이 GS건설로 바뀌면서 LG그룹에는 건설사가 없다”며 “그룹 차원에서 서브원을 키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에버랜드도 그룹 조경공사 등을 독차지하며 58위에서 47위로 11계단 수직 상승했으며 STX그룹의 STX건설도 2009년 50위에 이름을 올린 뒤 지난해 38위, 올해 33위로 급성장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대엠코는 23위로 작년보다는 4계단 떨어졌지만 2005년 48위였던 것과 비교하면 그룹의 공장, 사옥 건설을 담당하며 순탄하게 덩치를 키웠다. 한라건설도 만도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백화점 등 범(汎)현대 관계사 및 계열사 수주가 늘면서 2005년 30위에서 올해 16위로 뛰었으며 KCC건설도 2008년 이후 KCC가 폴리실리콘 투자를 확대해 관련 공사가 늘면서 2005년 32위에서 올해 25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주택건설을 전문으로 하는 중견 건설회사들은 시공능력평가 100위 가운데 25곳이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밟으면서 순위도 크게 떨어졌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