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이 소액으로도 유망 산업분야의 대형주들을 사고파는 효과를 낼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최근 100종목을 돌파했다. 펀드면서도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매매할 수 있는 ETF는 일반 펀드보다 저렴한 수수료와 높은 수익률, 분산투자 효과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고속성장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역시 국내 도입 9년 만에 열린 ‘ETF 100종목 시대’를 기점으로 3년 안에 이 부문 세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축포를 터뜨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종목 간 극심한 거래량 격차와 상품 다양성 부족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 종목별 격차 큰 불균형 성장
코스피200이나 자동차업종지수처럼 특정 자산가격에 수익률이 연동되도록 설계된 ETF 종목은 2002년 4개에 불과했지만 최근 100개까지 늘어났으며 시장규모도 8조7909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도 부쩍 늘고 있다. 개인이 주당 80만 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건 쉽지 않지만 ‘KODEX삼성그룹’ ‘TIGER반도체’ 등 삼성전자를 포함하는 ETF 종목에 투자한다면 불과 1만 원 안팎으로 비슷한 투자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ETF의 외형적 성장 이면에는 소수 종목으로의 쏠림 현상 등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하루 평균 100만 주 넘게 거래되는 인기 종목이 있는가 하면 1000주에도 미치지 못하는 종목도 있는 등 차이가 극심한 것이다. 2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된 ETF 100종목 중 일평균 거래량이 1만 주가 되지 않는 종목이 58개로 절반이 넘었다.
거래량 안에 일반투자자가 아닌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의 일시적인 유동성 공급이라는 허수가 포함돼 있음을 감안하면 일반투자자들의 실제 거래량은 훨씬 낮다. 일평균 거래량이 1000주에 못 미쳐 사실상 제 구실을 못 하는 종목도 8개나 됐다. ○ 상품 다양성 보완 등 필요
이처럼 유동물량이 거의 없는 종목들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팔고 싶어도 제때 팔 수 없어 주가 하락의 피해를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거래소에서 ETF 100종목 시대를 내세우며 새로운 장이라도 열린 것처럼 떠들썩하지만 정작 투자자 보호를 위해 허수종목들을 걸러내기 위한 적절한 대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상장돼 있는 ETF 종목들은 운용사별로 별다른 특색 없이 대동소이해 상품 다양성이 부족한 점 역시 보완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스피200이나 업종지수를 추종하는 국내주식 관련 상품이 대부분인 반면 해외주식이나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상품은 각각 10개 안팎에 불과하다. 은, 구리, 콩, 원유, 농산물 등에 투자하는 상품 ETF와 달러에 투자하는 통화 ETF, 파생상품 ETF 등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상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긴 했으나 아직까지는 구색을 맞추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ETF 시장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해외 ETF에 대한 과세 부담 완화,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의 참여 유도 등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지만 법령을 바꿔야 하는 사안이라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 상장지수펀드(ETF) ::
코스피200이나 자동차업종지수처럼 특정 주가지수와 수익률이 함께 움직이도록 설계된 인덱스 펀드의 하나.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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