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카의 나라’ 페루에서 때아닌 동아시아 무역대결이 펼쳐진다. 최근 수년간 적극적인 개방정책을 펴온 페루가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 일본과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면서 자원부국 페루를 놓고 한중일 3국 간에 무역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29일 기획재정부와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페루는 지난해 3월 중국에 이어 올해 8월부터는 한국과의 FTA가 본격적으로 발효된다. 일본과는 5월 31일 사실상의 FTA인 경제동반자협정(EPA)에 서명하고 양국 의회가 비준 절차에 들어갔다.
정국 불안에 시달리는 빈국(貧國)으로 취급받던 페루는 최근 10년간 연 7% 이상 고도성장을 거듭하면서 중남미의 대표적인 개발도상국으로 급부상했다. 기술과 자본은 부족하지만 매장량 3만6000t으로 세계 1위인 은을 비롯해 석유, 금, 아연, 주석 등 풍부한 천연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고 있다. 월평균 임금이 330달러로 브라질(499달러), 칠레(485달러)보다 낮은 데다 적극적인 개방정책으로 세계 무역대국들이 앞다퉈 페루로 달려가고 있다는 게 통상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페루의 경쟁력은 적극적인 FTA 활용에 있다. 미국과는 2006년 FTA를 체결했고, 최근 1년 새 한중일 3국과 동시다발적으로 FTA를 맺으며 무역대국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중국과의 교역량이 2009년보다 70%나 늘어날 정도로 FTA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일본과의 FTA 비준까지 완료되면 한중일 삼국은 무역장벽 없이 상품 경쟁력만으로 지구 반대편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페루와 우리나라의 교역규모는 2006년 10억3300만 달러에서 지난해 19억8000만 달러로 5년 새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고 FTA가 발효되는 8월부터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페루 FTA 발효로 수출은 장기적으로 현행 관세율이 높은 세탁기, 냉장고, 자동차 배터리 등을 중심으로 89% 늘어나고 수입은 17%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시형 통상교섭본부 통상교섭정책관은 “페루의 작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8.6%로 중남미 국가 중 최고여서 전 세계가 중남미의 교두보로 페루를 염두에 두고 있다”며 “8월 발효되는 FTA를 발판으로 페루와의 교역이 늘어나면 그 파급력은 중남미 시장 전체로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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