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꿈을 펴도록 묵묵히 지원해온 기업이 있다. 대기업 이야기가 아니다. 중견기업인 한국야쿠르트다. 한국야쿠르트는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가 1979년 시작될 때부터 이 대회를 단독 후원해 왔다. 올해로 33회를 맞은 이 대회는 매년 전국의 초중고교생 15만여 명이 참여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청소년 발명대회로, 동아일보사와 교육과학기술부가 공동 주최하고 국립중앙과학관이 주관한다.
양기락 한국야쿠르트 사장(사진)은 최근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대회를 통해 배출된 학생들이 과학 인재로 커가는 모습을 보며 마음 깊은 곳에서 뿌듯함을 느낀다”며 “꾸준히 사회공헌 활동을 하다 보면 우리의 진심을 많은 사람에게 전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 대회의 행사 비용 전액은 물론이고 수상자들의 해외견학 비용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야쿠르트가 지원한 액수는 57억 원을 넘는다.
양 사장은 “과학에 대한 관심이 그리 높지 않던 시절이라 과학발명품경진대회를 단독 지원하는 데 대해 회사 내 반발이 거셌다”고 전했다. 1979년 당시만 해도 연매출이 260억 원 수준인 한국야쿠르트가 이처럼 규모가 큰 행사를 단독으로 협찬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유에서였다. 양 사장은 “임원들이 ‘대기업조차 후원에 난색을 표했다’며 강하게 반대했지만 창업주인 윤덕병 회장이 ‘자원이 없는 한국이 살아갈 방법은 과학기술밖에 없다’며 임원들을 직접 설득했다”고 회고했다.
30년 넘게 대회를 꾸준히 지원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졌을 때 특히 그랬다. 주력 사업인 발효유 부문 매출이 급감했고, 라면 부문은 적자를 냈다. 마케팅 비용을 줄이고 전기사용료 등 부대비용 절감에도 나섰다. 간부들은 상여금을 반납했다. 이런 와중에도 발명품경진대회에 대한 지원은 계속했다.
양 사장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과학인재를 키우는 일만큼은 절대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다들 동감했다”고 말했다. 우수 입상자 가운데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과학계열 대학 진학자에게는 장학금도 지급했다. 양 사장은 “한 학생은 발명품경진대회 덕분에 과학에 관심을 갖게 돼 유학을 갔다며 편지를 보내오기도 했다”면서 “발명품경진대회 출신 학생들이 더 많이 소식을 전해주면 정말 반가울 것 같다”며 웃었다.
한국야쿠르트에는 사회공헌 활동의 시작 여부는 신중히 고려하되 한 번 시작하면 중단하지 않는 전통이 있다. ‘유산균과 건강’ 국제학술심포지엄(격년 개최)을 34년간 단독 후원하고 있으며 전국어린이건강글짓기대회도 34년간 주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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