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5만명 고금리대출에 신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4일 14시 12분


대학생 이 모씨(25)는 올해 1학기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모 대부업체의 문을 두드렸다. 연간 2000만 원이 넘는 두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대느라 등골이 휘어진 부모님을 볼 면목이 없었다. 이 씨는 학자금 대출 한도까지 꽉 차 이자율이 높은 줄 알면서도 대부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은행과 달리 돈 빌리는 절차는 무척 간단했다. 하지만 막상 돈을 빌리고 나니 그때부터 e메일과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 이 씨는 "매일 원금 상환일이 얼마 남았다고 연락이 왔고 한 번이라도 연체하면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까지 구해도 등록금 빚이 영원히 나를 따라다닐 것 같아 두렵다"고 털어놨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이 학자금 마련을 위해 대부업체로 몰리고 있다. 5만 명의 대학생들이 연간 40%대의 초 고금리 대부업체에서 약 800억 원의 빚을 지고 있었다. 금융감독원은 대부업체 28곳의 대학생 대출 실태를 전수 조사한 결과, 6월 말 현재 총 4만7945명의 대학생들이 대부업체로부터 794억6000만 원의 대출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4일 밝혔다. 대출 건수와 잔액은 지난해 6월 말보다 각각 57.2%, 40.4% 증가했다. 일부 중복 대출을 제외하더라도 대학생 1인당 160만 원 정도를 빌린 셈이다.

특히 원리금을 갚지 못해 연체로 등록된 대출금은 118억 원으로 1년 전의 66억 원보다 7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연체율도 11.8%에서 14.9%로 높아졌다. 이는 전체 대부업체 평균 연체율 7.2%의 2배가 넘는다.

대부업체 대출 중 학자금 용도는 1년전보다 33% 증가한 336억 원이었지만 비중은 42.4%로 지난해 6월말보다 2.1%포인트 감소했다. 대신 다른 대출 상환을 목적으로 한 대출이 56억 원으로 지난해 6월 말 28억 원보다 100% 증가했다. 빚을 내 다른 빚을 해결하는 '돌려막기' 악순환에 빠진 대학생이 많다는 뜻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금감원은 대부업계에 공문을 보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부모 등 제3자에게 빚을 갚으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도했다.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대출해주는 것도 문제지만, 이를 갚지 못할 때 부모들에게 빚 부담이 지워지는 것은 더 큰 문제라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하반기 대부업체 검사에서 대학생 대출 실태를 집중 점검해 불법 행위를 단속할 방침이다.

하정민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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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추천 많은 댓글

  • 2011-08-04 14:24:53

    대학생이라면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미팅,소개팀 열중 마시고 머리는 냉정하고 가슴은 뜨겁게 달구세요.

  • 2011-08-04 14:22:35

    능력이 없는 사람은 외상도 공짜도 바라지 말아야 합니다. 국가와 국민들에게 피해만 주는 주는 사람이 하바드에에 간들... 띵통 대학생들 정신들 좀 차리세요!

  • 2011-08-04 23:14:39

    반값등록금 문제는 없던일로 돌리더라도 사회초년 졸업생에게 신용불량에 해당되지 않도록 다면의 정책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신용불량자 처리제도는 사회적 신용확대의 근간이지만 학생의 경우는 대출취급당시 학생의 신분에서 출발하였음으로 초지일관 아주 낮은단계의 가칭 신용정리대상자 제도를 시행해 조속한 사회진입을 도모케하고 대출금 상환에도 진력하는 의지의 사회인이 되도록 적극적 보살핌의 대책도 따랐으면 바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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