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LG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인물은 이날 승리투수인 한화의 유창식 선수(19)도, 만루홈런을 친 김경언 선수(29)도 아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었습니다. 김 회장이 야구장을 찾은 것은 2003년 이후 대전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그 덕분일까요. 7위에 처져 있는 한화 선수들은 이날 11점을 폭발시키며 승리했고 김 회장은 경기가 끝난 뒤 직접 그라운드를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한대화 감독과는 진한 포옹을 하기도 했습니다.
프로야구는 재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치열한 각축장입니다. 따라서 팀의 우승은 곧 모그룹의 영광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8개 구단은 우승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올해 프로야구가 예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오너들의 ‘깜짝 방문’이 늘었다는 점입니다. 김 회장에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예고 없이 야구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갤럭시탭’ 50대를 선물했습니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자주 이용하는 박용만 ㈜두산 회장은 지난달 페이스북 이벤트를 통해 선발된 1000명의 대학생과 함께 잠실야구장을 찾았습니다. 야구 사랑이 유별난 것으로 알려진 구본준 LG전자 부회장도 야구장의 단골 VIP입니다.
이처럼 재계 오너들의 잇따른 야구장 등장에 대해 재계에서는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구단의 위상도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야구의 인기가 압도적으로 높지 않느냐”며 “또 팀워크가 중요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의 특징이 경영과 비슷한 측면이 많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사옥, 회의장과 같은 공개 석상에서 노출될 때와 달리 야구장에서는 오너들의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면모가 묻어나온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룹의 최고위층이 야구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야구를 통해 경영에 도움이 되는 영감을 떠올린다면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다만 많은 야구팬은 오너들이 야구장 신축, 2군 훈련시설 개선 등 시설 투자 방안도 내놓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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